[류한준기자] 삼성화재는 지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두고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오는 13일 러시앤캐시와 최종전 결과에 상관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애 넣은 삼성화재는 이로써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오는 팀을 상대로 7년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이 예전과 견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오(쿠바)가 건재하지만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수석코치)과 여오현(현대캐피탈)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자랑하는 수비와 조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라섰다. 4라운드 후반 러시앤캐시, LIG 손해보험에 연달아 덜미를 잡히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목표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주역으로 세터 유광우를 첫 손에 꼽았다. 신 감독은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레오도 그렇지만 (유)광우가 없었더다면 (1위는) 힘든 목표가 됐을 것"이라며 "백업 세터가 부족한 가운데 전 경기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우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유광우는 11일 현재 세트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경기당 평균 12.436개로 2위 이민규(러시앤캐시, 11.940개)를 제쳤다. 레오의 불꽃 공격도 유광우의 손 끝에서 시작된다. 삼성화재 전력에서 없어서 안 될 선수가 바로 원활한 볼 배급을 해주는 유광우다. 3시즌 연속 V리그 세터상 수상도 유력하다.
유광우는 당당하게 최고 세터로 자리를 잡았지만 앞서 부침이 있었다. 그는 인창고 시절부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등 한국 남자배구 명세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인하대에 진학한 뒤 김요한(LIG 손해보험)과 짝을 이뤄 대학 코트 최강팀을 꾸렸다. 대학 3학년 때 5관왕, 4학년 때는 3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신영석(우리카드)이 버티고 있던 경기대는 늘 인하대에게 밀렸다.
유광우는 지난 2007년 성인대표팀에 첫 선발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김요한에 이어 1라운드 2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어릴 적부터 롤 모델로 삼았던 선배 최태웅(현 현대캐피탈)과 한 팀이 됐다. 열심히 함께 뛰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부상으로 일이 꼬였다.
유광우는 대표팀에서 발목을 다쳤다. 부상 정도가 심했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을 시작했다. 김요한은 V리그 코트에서 펄펄 날고 있었다. 드래프트 동기인 한선수도 화려하게 프로 데뷔를 했다.
더군다나 유광우는 수술이 잘못돼 큰 시련에 빠졌다.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은 의료사고였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갔다. 병원에서 10개월을 보냈지만 차도가 없었다. 신치용 감독은 유광우를 독일로 보냈다. 선수생명을 걸고 다시 한 번 유광우는 수술대에 올랐다. 재수술 뒤 또 다시 지루한 재활과정이 이어졌다. 그렇게 두 시즌이 지나갔다. '선수 복귀가 힘들다'는 말도 나왔다.
힙겹게 재활을 이겨낸 그는 2009-10시즌 프로 코트에 데뷔했다. 출전 시간은 적었다. 최태웅의 백업 세터 역할이었다. 하지만 유광우는 다시 배구공을 손에 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뻤다. 기량을 되찾은 그는 그 다음 시즌 삼성화재 주전 세터가 됐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철우가 현대캐피탈을 떠나 삼성화재로 왔다. 그 보상선수로 최태웅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며 팀을 떠났다. 유광우는 이 때부터 삼성화재의 살림을 맡아 가빈 슈미트(캐나다), 레오 등 리그 최정상 공격수와 함께 팀 역사를 새로 썼다.
입단 동기들과 견줘 프로 코트에 지각 데뷔한 유광우는 어느덧 팀내에서 중고참이 됐다. 백업 자리를 든든하게 받쳐줬던 강민웅도 올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신인 세터 최민국이 있긴 하지만 다가올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거의 유광우 홀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유광우는 "라이벌인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해 기분이 더 좋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조금 여유가 있게 돼 다행이다. 잘 준비해서 이번에도 반드시 우승컵을 가져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플레이오프 승자와 삼성화재가 만나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오는 28일 삼성화재의 홈코트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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