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류현진, '4색 결정구'로 SD 농락

[정명의기자] 변화무쌍한 류현진(27, LA 다저스)의 위력적인 피칭에 상대 타자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류현진이 '4색 결정구'를 앞세워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31일(한국시간) 팻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메이저리그 본토 개막전에 다저스 선발투수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앞선 호주 개막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오고도 불펜진의 부진으로 역전을 허용해 2승째를 추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한국산 괴물'은 네 가지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던지며 샌디에이고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초반 제구에 다소 애를 먹으며 1회말 1사 만루, 2회말 무사 1,2루에 몰렸지만 노련하게 위기를 넘겼다. 2회말부터 7회말 첫 타자까지는 무려 16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돌려세웠다.

이날 류현진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네 가지 구종이 모두 결정구였다. 한국 시절부터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주무기로 통했던 체인지업에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까지 위력을 더했다. 슬라이더도 상대 타자 타이밍을 뺏는데 큰 도움이 됐다.

경기 초반까지는 직구와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았다. 슬라이더도 간혹 섞어 던졌다. 1회말 체이스 헤들리에게 뺏어낸 첫 삼진, 1사 만루에서 욘더 알론소에게 유도해낸 병살타가 모두 직구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2회말 2사 1,2루에서는 에베스 카브레라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커브가 등장한 것은 3회부터였다. 체인지업만 생각하고 있던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낙차 큰 류현진의 커브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마무리하는 패턴이이 이어졌다.

류현진 투구의 백미는 5회말 선두타자 르네 리베라와의 승부였다. 초구 141㎞짜리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2구째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시속 112㎞)를 던져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3구째는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직구-커브-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이 모두 완벽했다. 3구 삼진이었기 때문에 슬라이더는 미처 등장할 여유가 없었다.

이날 류현진은 총 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직구로 3개, 슬라이더로 2개,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각각 1개씩을 만들어냈다. 네 가지 구종을 모두 완벽히 구사한 점도 훌륭했지만, 이닝을 거듭하며 투구 패턴을 달리한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