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스포츠에서 경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는 징크스의 지속 여부를 지켜보는 일이다. 징크스를 깨려는 이들의 도전과 유지하려는 이의 응전이 경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징크스를 깨려는 이들의 심리는 단단하다. 하지만, 너무 징크스를 의식하면 될 일도 안된다. 스포츠 심리학 박사인 그레그 스타인버그는 "징크스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불안한 선수들에게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안겨다준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징크스를 느끼면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9라운드 FC서울-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는 기묘한 징크스를 놓고 조용한 신경전이 있었다. 서울이 포항을 상대로 홈 11경기 무패(9승2무)를 기록하고 있던 것이다. 지난 2006년 8월 30일 이후 7년8개월이나 묵은 징크스다.
황선홍 감독은 "징크스를 깨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 타이밍이 적기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렵게라도 (징크스를) 깨야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은 최근 정규리그 네 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10골을 넣고 4실점을 했다. 두 번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하면 5승1패, 16골 6실점이다. 가공할 만한 득점력이라 징크스 타파에 자신감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징크스야 뭐 다 깨지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황 감독에게 전화를 걸면 "동문서답을 한다"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양 팀의 징크스 중심에는 포항의 김승대가 있었다. 김승대는 제로톱을 가동하며 K리그 5골, 챔피언스리그 4골로 화력 폭발 중이다. 이날 그의 도우미 이명주가 체력 문제로 결장, 진정한 김승대의 실력을 볼 기회였다. 황 감독은 "승대가 역습 상황에서 골을 주로 넣었는데 정상적인 플레이에서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서로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했고 사실상 한 골 승부가 됐다. 팽팽함 속 김승대가 일을 저질렀다. 후반 31분 김재성의 패스를 받은 김승대가 수비의 방해를 뚫고 골문을 가른 것이다. 김승대는 최대한 기쁨을 자제하며 남은 시간에 집중했다. 38분 미드필더 황지수가 퇴장 당해 경기 운영이 더욱 쉽지 않았다.
결국, 포항은 승리를 쟁취하며 오랜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6골을 넣으며 득점 1위로 올라선 김승대가 더 이상 2년차 신인이 아닌 완벽한 팀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