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올 시즌 유럽배구리그에서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두 선수가 뛰었다. 여자배구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연경과 김사니가 주인공들이다.
김연경은 아직 터키에 있다. 소속팀 페네르바체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에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면 5월이 돼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김사니는 김연경보다 먼저 귀국했다. 그는 2012-13시즌을 마친 뒤 흥국생명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해외진출을 선택했다. 아제르바이잔리그 로코모티브 바쿠와 계약했다.
김연경과 달리 김사니는 올 시즌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다. 아제르바이잔리그가 터키리그와 견줘 국내에 덜 알려진 부분도 있고 주 공격수인 김연경과 달리 김사니는 세터였기 때문에 관심이 덜한 부분도 있다.
김사니는 국내 코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리그 문을 두드렸다. 소속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컵대회 4강에도 진출했다. 김사니는 로코모티브 바쿠에서 주전 세터로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9일 귀국한 김사니는 현재 꿀맛같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보고 싶었던 지인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이뉴스24'는 그런 김사니에게 올 시즌을 해외에서 보낸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사니와 일문 일답.
-아제르바이잔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전체적인 리그 분위기나 느낌은 어땠나.
"유럽무대가 처음이라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가서 직접 부딪히고 생활을 해보니 생각보다 잘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아제르바이잔리그에서 뛰어 보니 마치 남자배구를 하는 느낌과 분위기가 느껴졌다. 보통 여자배구라 하면 남자배구와 견줘 더 아기자기한 부분이 있는데 아제르바이잔리그는 좀 달랐다. 경기를 치르면 두 팀 모두 힘이 넘치는 분위기였다고 할까. 코트에 나와 뛰는 선수들 대부분 파워가 있었다."
-V리그와 견줘 차이점이나 특색은 무엇인가.
"국내 V리그는 아무래도 수비에 초점을 둔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수비 그리고 팀플레이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아제르바이잔리그는 로코모티브 바쿠도 마찬가지지만 리그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이 외국인선수들이다. 아제르바이잔 국적을 갖고 있는 선수들보다 더 많다. 그래서인지 팀워크보다는 선수 개인의 실력을 위주로 경기를 치르는 것 같다."
-팀 분위기와 동료 선수들은 어땠나? 그리고 첫 해외리그 생활이라 힘든 점도 있었을텐데.
"팀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빈말이 아니다. 팀 관계자들이 처음 내가 합류했을 때부터 리그와 현지에 적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 동료선수들과 정말 즐겁게 지냈다. 솔직히 언어 문제로 깊은 대화나 완벽한 의사소통은 힘들었지만 진심은 통하는 것 같았다. 유럽리그가 처음이라서 막상 로코모티브 바쿠에 처음 갔을 때는 중고교 때 신입생 시절 그리고 실업시절 팀 막내였을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감독이 지시하는 부분 중에서 팀 일정 등을 내가 놓칠 수도 있어 긴장을 많이 했다."
-시즌을 치르는 도중 팀이 연습을 하고 있는 체육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걸로 알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팀 선수 전원이 휴가를 다녀왔다. 나도 그때 잠시 한국에 나갔다 왔다. 팀 복귀 후 첫 연습을 하는 날에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연습을 하다 말고 도중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팀 관계자 등이 모두 밖으로 대피했다. 체육관 관리를 맡고 있는 분들 중 한 명이 결국 희생됐는데 선수단은 피해가 없었다. 당시 너무 놀랐다. 사고 이후 한참 동안 불안하게 지냈다."
-한 시즌을 마감했고 이제 2014-15시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다음 시즌 진로와 준비와 관련해 고민이 많다. 로코모티브 바쿠와 재계약도 고려하고 있고 다른 리그나 V리그 유턴 등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 생각 중이다. 어디든 좋은 조건과 환경이라면 가겠다."
-최근 이숙자(GS 칼텍스)는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비슷한 연배이자 같은 세터로서 느낌은 어떤가. 역시 같은 또래인 이효희(IBK 기업은행)는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이숙자, 이효희는 김사니보다 한 살이 많다). 언제까지 현역선수로 뛸 계획인가.
"길게 뛰고 싶다. 예전에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은퇴를 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배구를 하면서 다시 즐거움을 찾았다. 또한 팬들이나 모든 분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오래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국내 여자배구에서 김사니를 비롯해 이숙자, 이효희 이후 세터 계보가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선수가 대표팀을 포함해 우리나라 여지배구를 대표할 세터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나. 후배 세터들에게도 조언을 한다면.
"꼭 집어서 누가 계보를 이을 거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현재로선 아직 특정 선수를 뽑기란 어렵다. 지금은 후배 세터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경험을 쌓는다면 나를 비롯해 선배 세터들을 뛰어넘는 더 훌룡한 세터가 나올 거라고 본다. 세터라는 자리는 정말 힘들다. 후배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말고 코트에서 끝까지 도전하길 바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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