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위기에 빠진 LG 트윈스. 그 가장 큰 원인은 역설적으로도 불펜에 있다. LG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불펜이 거꾸로 최하위에 빠진 팀 부진의 주범이 된 것이다.
25일 현재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88이다. 놀랍게도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선발 평균자책점도 5.33(6위)으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불펜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LG가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탄탄한 불펜에 있었다. 세이브 2위(38개) 봉중근, 홀드 2위(25개) 이동현을 축으로 한 LG의 불펜은 9개 구단 중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LG는 팀 평균자책점이 3.72로 1위였다. 선발진 평균자책점도 3.91(2위)로 훌륭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그보다 훨씬 낮은 3.40(1위)이었다. LG는 불펜의 강력함을 앞세워 경기 후반을 지배하며 승수를 쌓아나갔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고 신기루처럼 사라진 LG 불펜의 위용. 그러나 25일 KIA전에서는 3-2로 승리하는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거둔 한 점 차 승리였다. 선발 류제국이 6이닝 2실점하고 물러나자 유원상(1.1이닝), 이동현(1이닝), 봉중근(0.2이닝)이 빈 틈 없이 뒤를 받쳤다.
경기 후 봉중근의 말에서 LG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 봉중근은 "우리는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는 선수들이고 팀이다. 그동안 투타 밸런스가 안 맞았을 뿐"이라며 "이제 작년 멤버들이 다 돌아왔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멤버들이 돌아왔다는 말은 이날 경기 전 1군 엔트리에 등록한 정현욱, 임정우를 뜻한다. 정현욱은 지난 시즌 초반, 이동현의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펜을 든든히 지켰다. 임정우는 마당쇠 역할을 하며 선배들의 짐을 덜었다.
봉중근의 말처럼 이제 LG 불펜은 지난해 멤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봉중근, 이동현이 건재한데다 유원상과 이상열의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 여기에 정현욱과 임정우까지 가세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정현욱은 짧게, 임정우는 길게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류택현이 없고 신승현이 있다는 것 정도다.
불펜만 힘을 내면 LG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불펜을 믿고 선발 투수들은 부담없이 5~6이닝만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병살타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타선도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역시 LG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밑으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KIA전 승리로 연패에서 벗어나며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 씻어낸 LG가 '어게인 2013'을 외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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