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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루먼저' vs '장타우선'…참 다른 박용택과 민병헌


서로 다른 스타일로 1번타자 입지 굳혀…또 하나의 프로야구 볼거리

[김형태기자] 박용택(LG)과 민병헌(두산)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우선 좌타자와 우타자이며 넓은 수비범위와 강견, 민첩한 주루플레이와 허슬플레이라는 장점을 각각 가지고 있다. 둘 다 서울 라이벌 구단에 없어선 안 될 주축 외야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올 시즌 소속팀의 선두 타자 역할을 새로 부여받았다. 시즌 한 달이 지난 현재 둘 다 아주 좋은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닮은 점은 거기까지다. 이들은 정반대 스타일로 리드오프히터를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출루머신' 박용택

'+0.040'. 박용택의 시즌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6일 현재 박용택은 장타율 4할1푼7리를 기록했다. 그런데 출루율은 이보다 4푼이나 많은 4할5푼7리다. 그가 얼마나 출루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타격 30걸 가운데 출루율이 장타율보다 높은 선수는 박용택을 제외하면 문규현(롯데, 0.390/0.427), 김태균(한화, 0.434/0.463), 손주인(LG, 0.337/0.352) 뿐이다. 이 가운데 두 수치의 차이가 박용택보다 큰 선수는 없다. 가히 '출루 머신'으로 부를만한 성적이다.

이 같은 수치는 맞춤형 타격에서 비롯됐다. 박용택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의 중심을 뒤에 두기 시작했다. 개막 전부터 1번타자로 낙점받은 만큼 공을 끝까지 보고 살아나가겠다는 각오가 밑바탕에 깔렸다. 지난 2002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12년간 단 한 번 4할 출루율을 기록했던 그로선 새로운 도전이었다. 현재까지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웃돌고 있다. 선발 출전한 거의 모든 경기에서 출루하는 등 줄기차게 찬스를 만든다. 시즌 29경기 동안 얻은 볼넷이 무려 25개다. 125경기에서 거둔 지난해 기록 52개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상태라면 시즌 100볼넷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볼넷왕은 92개를 얻은 박병호(넥센)였다. 올 시즌 박병호보다 볼넷을 2개 많이 기록한 박용택은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박용택은 자신의 타격 변화에 대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좁혔다. 볼카운트가 여유 있어도 한 번 더 참기도 한다"고 밝힌다. 모두가 출루에 중점을 두기 위한 방식이다.

그렇다고 '컨택트'를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다. 쳐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스윙을 한다. 2-4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 동점 찬스서 대타로 들어선 7일 잠실 한화전이 대표적이다. 박용택은 안타 하나가 절실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타격으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LG가 9회말 이병규(7번)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박용택의 안타에서 비롯된 셈이다. 박용택은 시즌 득점권 타율 4할2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 우선' 민병헌

민병현은 다르다. 출루보다는 장타에 중점을 둔다. 가능하면 1루가 아닌 2루에 나가 득점 찬스를 만드는 게 낫다고 본다. 기다리기 보다 좋은 공이면 거침없이 휘두른다. 시즌 출루율이 3할7푼9리인 반면 장타율은 웬만한 중심타자도 서러워 할 5할1푼에 달한다. 두 수치 차이가 무려 1할2푼1리다. 시즌 33안타 가운데 장타가 정확히 1/3인 11개다. 홈런 3개에 2루타 6개, 3루타도 2개를 쳤다. 그래서인지 득점과 타점이 21점으로 똑같다. 9개 구단 1번타자 가운데 최고의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공을 대충 보는 것도 아니다. 타수당 볼넷 비율이 10%로 준수하다. 컨택트 능력도 무척 향상돼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 중이다.

민병헌의 적극적인 타격 뒤에는 하위 타선의 훌륭한 조연이 숨어 있다. 특히 9번타자 정수빈의 알토란 같은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시즌 타율 3할1푼2리 출루율 3할9푼6리로 맹활약 중인 정수빈이 찬스를 만드는 경우가 잦다. 자연스럽게 민병헌에게 타점 기회가 많이 생겼고, 적극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된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민병헌은 평소 "타순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한다. 1번타자로 나서고는 있지만 1번타자로 자신의 역할을 단순화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즌 초반 극심한 득점력 빈곤에 시달렸던 두산 타선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위 타선과 중심타선이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비록 투수진의 난조로 패했지만 7일 사직 롯데전에선 무려 16안타로 10득점을 했다. 이날 '1번타자' 민병헌은 1회 우전안타 3회 좌중간 2루타, 7회 좌전안타로 6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김현수와 함께 두산 팀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이었다.

박용택과 민병헌, 두 상이한 1번타자들의 활약은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흥미거리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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