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8년 만이네요." 송일수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6일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을 위해 사직구장을 찾았다. 두산의 올 시즌 첫 부산 원정길이다. 송 감독은 "정말 오랜만에 사직구장에 왔다"며 "오래 전이지만 선수시절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현역 시절을 돌아봤다.
송 감독은 선수 시절의 마지막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보냈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지난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삼성에서 포수로 뛰었다. 그래서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송 감독은 삼성에서 이만수(현 SK 와이번스 감독)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 감독이 현역 시절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였다면 송 감독은 수비형 포수에 가까웠다. 이런 이유로 김시진 감독과 함께 배터리를 이룬 적도 많았다.
송 감독은 "예전에는 사직구장이 인조잔디였는데 지금은 천연잔디로 바뀌었다"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홈구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과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찾았지만 낯선 느낌이 별로 없다"고 했다.
송 감독은 부산과도 인연이 있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지만 아버지 송대옥 씨의 고향이 바로 부산이다. 송 감독은 "그래서 그런지 선수 때 부산 원정을 와도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송 감독은 "시간이 오래 흘러서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김 감독과 짝을 이뤄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따낸 적이 있다"고 기억을 꺼집어냈다. 그는 "그런데 당시 김 감독이 롯데 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무척 많이 내줬다"며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가 잦았다. 내 기억으로는 볼넷을 13개 정도 내준 것 같다. 그래도 그 때 김 감독이 완투승을 거뒀고 내가 공을 받았다"고 웃었다.
김시진 감독도 당시 경기를 기억했다. 그는 "볼넷을 많이 허용했다"며 "그런데 내 기억으로 13개가 아니라 11개인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문의를 한 결과 해당경기는 1986년 4월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대결이었다. 세월이 지나서인지 두 사령탑 모두 기억에 차이가 있긴 했다. 당시 삼성이 롯데에게 4-3으로 이겼고 승리투수가 된 김 감독은 볼넷 10개를 기록했다.
송 감독은 "김 감독은 김일융과 함께 삼성의 에이스였다"며 "그에 걸맞게 끝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그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송 감독이 포수를 보면 마음이 편했다"며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워낙 미트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빨랐다"고 맞장구쳤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한 팀에서 배터리를 이뤘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팀의 사령탑을 맡아 만났다. 두 감독은 올 시즌 들어 두산의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이미 맞대결을 치른 바 있다. 지난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3연전이다. 당시 롯데가 2승 1패로 두산에게 앞섰다.
이번 두 번째 3연전에서도 김 감독이 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6, 7일 치른 경기에서 롯데가 두산에게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송 감독과 두산 입장에선 그래서 더 8일 경기가 부담된다. 이날 롯데가 다시 승수를 챙긴다면 두산은 3연패에 빠지게 되면서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진다.
두산은 주말 3연전 상대로 삼성을 만난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껄그러운 상대다.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날 롯데를 잡고 분위기 반전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감독과 롯데도 두산전 이후 주말 3연전에서 최강팀으로 거듭난 NC 다이노스를 상대한다. 롯데는 올 시즌 앞서 NC와 치른 두 경기를 모두 졌다. 따라서 두산을 상대로 승수를 챙겨놓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인연이 있는 두 감독에게 주중 3연전 마지막 날 경기는 이래저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 됐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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