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폭죽같은 안타가 쉴새 없이 쏟아졌다. 타자들은 신바람을 낸 반면 투수들은 하나같이 죽을 맛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주중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경기 전 분위기는 두산의 조심스런 우세가 점쳐졌다. 올 시즌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유희관이 선발로 나서는 반면 KIA 선발은 2006년 프로 입문 후 첫 선발등판하는 신창호. 전날까지 13경기 연속 두자릿수 안타를 친 두산의 무서운 화력을 감안하면 두산 쪽에 다소 무게중심이 쏠리는 매치업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경기 중반까지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두산 타선은 1회부터 신창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두들겼다. 1회초 오재원의 우측 2루타, 김현수의 내야땅볼로 2점을 선취하더니 2회에도 정수빈의 2루타, 민병헌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얹었다.
3회에는 김재호의 좌중간 2루타, 민병헌의 중전 적시타, 오재원의 우중간 2루타로 5점을 추가했다. 3회가 끝나자 스코어는 9-1. 이 시점에서 두산은 두자릿수 연속안타 기록을 14경기로 늘렸다. 4회 김재호가 2타점 좌전안타를 때리면서 승부의 추는 거의 기운 듯했다.
그러나 KIA 타선도 가만 있지 않았다. 1-11로 끌려가던 4회말 갑자기 '각성'한 듯 KIA는 무려 11명의 타자가 나서서 6안타 7득점으로 유희관을 난타했다. 6번 박기남부터 김다원, 백용환, 강한울에 1번 이대형까지 5명의 타자가 2루타 2개 포함 연속 5안타로 4득점했다. 2사 뒤 필이 중전안타로 찬스를 잇자 나지완은 좌중간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투런홈런으로 점수차를 3까지 좁혔다.
그러자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두산 타선은 경기 후반 또 다시 폭발했다. 6회 오재일의 좌중간 2루타로 1점, 7회 김현수가 우월 투런홈런을 터뜨려 다시 리드폭을 넓혔다. KIA는 7회말 김다원이 좌월 투런홈런으로 따라붙었지만 오히려 두산이 9회초 김재환의 1타점 2루타로 도망갔다.
이날 두 팀이 기록한 안타수는 모두 38개. 두산이 22개, KIA가 16개를 쳤다. 경기는 홈팀과 원정팀 모두 선발 타자 전원안타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프로 통산 5번째 진기록이었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13년 8월13일 대구 LG-삼성전에서 나왔다.
두 팀 타자들이 신나게 고과를 올린 반면 투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5이닝 109구 11피안타 8실점한 유희관은 쑥스런 6승(1패)째를 올렸고, 선발 데뷔전서 '최악의 상대'를 만난 신창호는 2.2이닝 9피안타 9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유희관에 이어 등판한 윤명준이 1.2이닝 3피안타 2실점, 신창호를 구원한 박성호도 4.1이닝 10피안타 5실점하는 등 두 팀 불펜도 수난을 면치 못했다. 두산이 15-10으로 승리했지만 양팀 모두 출혈이 적지 않은 경기였다.
경기 전 선동열 KIA 감독은 신예 내야수 강한울의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야수는 백업이 잘 해주는 데 투수, 특히 불펜이 큰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웠다. 그는 "다음달 1일 최영필이 올라온다. 최영필은 '2군의 어센시오'로 불리고 있으니 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 타선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친다. 뭘 먹기에 이렇게 잘하는지 궁금하다"며 농담을 던졌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타자들의 활약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항상 표정이 밝아진다. 타자들이 저마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 덕에 많은 안타와 득점이 나오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광주의 초여름밤을 수놓은 백구의 안타쇼. 이날 경기장을 찾은 6천853명 관중은 쉴새 없이 터지는 안타로 인한 화끈한 타격전을 '원없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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