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아니, 왜 이렇게 얼굴살이 빠졌어요?"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롯데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팀 간판타자인 손아섭도 있었다.
덕아웃에 있던 취재진은 배트를 들고 나가는 손아섭에게 살이 빠져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 머리까지 짧게 잘라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돌아온 대답은 한숨이다. 손아섭은 "살이 안 빠지겠냐"며 "야구가 잘 안돼서 신경이 너무 쓰인다"며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손아섭은 최근 몸무게가 5kg정도 줄었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다가 머리카락도 빠질 것 같다"며 배팅케이지로 향했다. 유니폼 하의도 전보다 조금 더 헐거워졌다.
손아섭은 3일 현재 타율 3할5푼2리로 타격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팀 동료이자 타격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3할7푼7리)와 함께 손아섭은 올 시즌도 변함 없이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는 야구가 잘 안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단순한 기록만 놓고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손아섭은 "팀에서 3번 타순으로 나오고 있긴 하지만 다른 팀의 3번타자들과 견줘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손아섭이 예를 든 3번타자는 이날 맞상대였던 두산의 김현수, 그리고 나성범(NC 다이노스)이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최근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타율도 많이 올라 3할을 훌쩍 넘겼다. 3할2푼3리로 타격 부문 1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8홈런을 날렸고 타점도 늘어나 46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나성범은 타율 3할5푼7리 13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팀에서 중심 타자 노릇을 하고 있다.
4홈런 25타점을 기록 중인 손아섭은 "그런 부분(홈런과 타점)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팀을 위해 필요할 때 해결도 해줘야 하는데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홈런과 타점이 다른 팀의 3번타자들과 견줘 적다고 해도 손아섭이 롯데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적극적인 타격 자세와 성실한 플레이는 팀에 꼭 필요한 요소다. 단순히 기록만 갖고 평가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우익수로 나서고 있는 그는 두산과 치른 주말 3연전에서도 어려운 타구를 곧잘 잡아냈다. 우측 선상으로 잡기 어려운 파울타구가 갔을때도 그는 끝까지 뛰어가 포구를 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투수와 다른 야수들에게 큰 힘이 된 건 분명하다.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3번보다는 클린업 트리오에게 기회를 연결하는 2번이 적당한 것 같다"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타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출루율과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만 놓고 본다면 톱타자도 손아섭에게 어울린다. 발도 빠른 편이라 더 그렇다. 김시진 롯데 감독이나 박흥식 타격코치도 손아섭의 1번 타자 기용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롯데의 3번타자에 아직은 손아섭만한 선수가 없다. 손아섭도 "이 자리에 애착은 간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4번타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팀 타선에서 꿋꿋하게 3번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상황은 나아졌다. 히메네스, 박종윤이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고 최준석도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 손아섭도 "롯데의 3번타자로 걸맞은 활약을 꼭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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