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경기만큼이나 그라운드 밖 해설 경쟁이 치열하고 뜨겁다. '초롱도사' 이영표가 떴고, '촌철살인' 안정환과 송종국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들이 해설위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섰다.
2010년 이후 4년 만에 방송3사가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을 예고됐던 상황. 안정감 있는 관록의 차범근 부자가 버틴 SBS에 첫 중계에 도전하는 KBS 이영표 김남일, MBC 안정환 송종국 등이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가 완성됐다.
'월드컵=차범근 해설'이라는 공식 속에 SBS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우세했지만 예능의 인기를 업은 MBC 안정환과 송종국의 상승세도 무서웠다.
월드컵의 막이 오르자 '스페인 함대'가 몰락한 것처럼, 브라질 월드컵의 해설 경쟁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MBC와 KBS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 MBC는 안정환의 촌철살인 해설과 재치 입담으로 초반 승기를 잡았고, KBS는 이영표의 예언이 연일 적중하면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SBS의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날카롭고 정확한 해설에도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시청률 성적표가 이를 입증한다. MBC는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 독일 대 포르투갈 등 굵직한 경기에서 KBS와 SBS를 앞서며 연일 승전보를 울렸다.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18일 한국 대 러시아 경기 중계에서는 순위가 뒤집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는 16.6%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방송 내내 시청률 1위를 달리던 MBC는 13.5%를 기록했으며, 차범근과 차두리 해설위원의 SBS는 8.5%로 집계됐다.
각 방송사는 이날 한국 대 러시아의 경기 중계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의 첫 경기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성적표이기도 했다. 해설위원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지표가 된 셈이다. 세대 교체의 핵심에 이영표, 안정환이 있다.
◆'초롱도사' 이영표, 예언 적중에 시청률도 훨훨
KBS 시청률 일등공신은 단연 이영표다. 파업 등의 여파로 월드컵 개막 전만 해도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이영표 위원의 예측이 잇따라 적중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초롱도사' '작두영표' '한국판 문어'라는 다양한 수식어까지 얻을 정도로 시선을 집중 시켰고, KBS '9시 뉴스'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다뤘을 정도다.
실제로 이영표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전에서는 이탈리아의 2:1 승리, 일본과 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는 코트디부아르의 2:1 승리를 예언했고, 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관심을 모았다.
이영표의 예언은 한국전에서 빛을 발했다. 이영표는 이근호를 한국팀의 키 플레이어로 보고, 이근호가 골을 넣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이근호가 골을 넣자 이영표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라며 자신의 예언이 또 한 번 적중했음을 알리며 크게 기뻐했다. 월드컵 직전 KBS2 '따봉 월드컵'에 출연해서는 축구강국 스페인의 몰락을 예견했다. 흥미로운 대결로 칠레와 스페인의 경기를 꼽으며 칠레의 우세를 꼽았고 이는 현실이 된 것. '이영표의 예언이 궁금해 KBS를 본다'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재미로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닌, 탁월한 분석력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다. 각국의 대표팀에 대한 전력 분석, 그리고 선수들의 장단점 파악 등 철저한 준비가 우선됐기 때문. 이영표만의 정확하고 날카로운 해설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차분한 어조와 정확한 발음 등 아나운서 못지 않은 모습으로 준비된 해설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안정환, 촌철살인+구수한 입담…입 열면 어록이 된다
안정환은 MBC 중계진의 키플레이어다. 한국 최고 공격수답게 선수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촌철살인 해설은 물론 구수한 입담으로 친근함까지 더해주고 있다.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기적적인 골든골의 주인공이다. 그라운드 위 화려한 플레이,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인기를 모았던 안정환은 은퇴 후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선수 시절과 사뭇 다른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월드컵 전 김성주는 안정환 해설위원에 대해 "야생마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천재형 독창가"라고 비유했다. 이같은 안정환의 매력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십분 발휘되고 있다. 입만 열면 어록이 될 만큼, 독창적인 해설과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공격수로서의 경험을 살린 섬세한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 등도 돋보이고 있다.
안정환은 독일-포르투갈 전 해설 중 포르투갈의 페페가 독일의 토마스 뮐러에게 박치기 한 것에 "헤딩은 공에 해야한다"고 일침을 놨다. 또 뮐러가 상대 수비수에 맞고 나온 공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넣는 장면을 보고 '쫑이 났다'고 표현했다. "저렇게 자기 앞에서 쫑이 나서 공이 떨어지면 공격수 입장에선 완전 땡큐다"라고 하는 등 선수들끼리 사용하는 단어를 해설에서도 구사, 생생함을 더했다는 평.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는 선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애정 어린 조언과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정확하고 날카로웠으며, 따뜻했다.
특히 안정환은 이날 이근호의 슈팅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자 "완전 땡큐" "땡큐가 아닌 때땡큐"라며 환호했다. 또한 안정환은 "이근호 선수 제가 소주 한 잔 사야겠어요"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실점 장면에서는 주심을 향해 손을 든 수비수들을 질타하며 "손보다 발이 먼저 움직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정환은 '아빠 어디가'의 김성주 캐스터와 2002 월드컵 동기 송종국 해설위원과도 척척 맞는 호흡을 선보이며, 해설위원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쿠이아바(브라질)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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