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무2패 탈락은 예고된 일이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4년의 대표팀 행적이 이를 대변한다.
남아공월드컵 16강을 이끌어낸 허정무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이후 축구협회는 장고 끝에 축구계 여야 대화합이라는 명분을 포함시켜 조광래 감독을 선임한다. 어찌 보면 파격적인 대표팀 감독 인사였다.
조 감독은 젊은피들을 대거 중용하며 2011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결과는 3위였지만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05),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완벽하게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5골을 넣으며 아시안컵 득점왕에 오른 구자철은 대회 종료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다.
그러나 이후 조 감독의 선수 기용이 해외파 중심의 젊은 선수로 치우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K리거 홀대론이 나올 정도로 주전에서 해외파 비중이 컸다. 실력과 경쟁력에서 해외파들이 우월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암암리에 파벌이 형성되는 단초가 마련됐다.
박지성, 이영표의 국가대표 은퇴로 제2의 박지성, 이영표를 찾느라 시간도 허비했다. 여론이 이들을 대체할 누군가를 하루빨리 내놓으라고 하니 조 감독의 마음도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8월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자존심도 긁혔다.
월드컵 3차 예선도 아슬아슬했다. 쿠웨이트 원정에서 1-1로 비기더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다 가까스로 2-0으로 이겼고 레바논에는 1-2로 패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경질 사유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조급증을 버리지 못한 축구협회의 정치적 판단 실수와 조 감독의 고집이 상충한 결과였다.
축구협회는 전북 현대에서 승승장구하던 최강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떠안겼다. 최 감독이 자신은 국가대표 사령탑과는 맞지 않는다며 고사했지만 조중연 당시 축구협회장은 인정에 호소를 하며 끝까지 설득했다. 외부적으로는 외국인 감독설을 흘리면서도 최종 선택은 최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 취임시 월드컵 예선 종료 후 전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한다. 축구협회는 '그 이후'에 대한 확실한 플랜도 없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감독 계약 연장을 할 것이라는 실체 없는 믿음에 기댔다. 대표팀 선수들을 금방 파악하기 힘들었던 최 감독은 당연히 K리거 중심에 해외파를 섞는 선수 구성을 했다.
애제자 이동국을 중용하며 3차 예선 최종전이었던 쿠웨이트전을 2-0으로 이겨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이후 노장과 신예, 해외파와 국내파 간 보이지 않은 잡음이 생겨났다. 결국, 기성용과 구자철 등 해외파가 제외된 채 최종예선 일부 경기를 치렀고 가까스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최 감독은 공언했던 대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기성용의 최강희 감독 조롱 파문이 터지면서 대표팀의 그늘과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났다. 곪아있던 상처들이 터져나와 버린 것이다. 월드컵 본선을 이끌 감독으로는 '준비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월드컵까지 남은 1년 만에 본선에 나설 대표팀을 만들어야 했다. '원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을 강조한 것도 산적해 있는 대표팀 안팎의 문제들을 빨리 봉합하자는 일종의 임시방편이었다.
해외파들의 소속팀에서는 대표팀 차출이 너무 잦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는 선수들의 팀내 입지에도 그대로 영향을 받았다. 누구 한 명 제대로 한 시즌을 완벽하게 주전으로 소화한 선수가 없었다.
결국, 급하게 하나로 묶였던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변변히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구자철이 16강 탈락 후 홍명보 감독 체제의 1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소감을 전하면서 "함께 예선부터 어려움을 이겨내며 팀 문화 등을 더 알고 느끼는 시간이 길었다면 확실히 단단한 팀이 됐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조이뉴스24 /상파울루(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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