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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월드컵 박주영,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의리 논란 해결 못해, 경기력도 기대 이하

[이성필기자]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끊임없이 따라다녔던 꼬리표가 바로 '의리'였다. '의리' 논란의 중심에는 박주영(아스널)이 있었다.

박주영은 역대 대표팀이 가장 중요하게 활용했던 공격수였다. 한국 축구 간판공격수의 계보를 잇는 한 명이었다. 월드컵 전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박)주영이는 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능력이 최고 수준이다. 결정력도 있다"라며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대표팀 공격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박)주영이 마음을 이해한다. 공격수는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욕먹는 위치다. 여러가지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격려했다.

박주영은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으며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이끌었다. 분명 공이 많은 공격수였지만,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소속팀 주전에서 밀려난 입지로 경기력 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대표 선발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의 의리 논란까지 더해져 그동안 쌓아온 명예에 많은 흠집이 생겼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맞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는 완벽하게 추락했다. 홍명보 감독이 원칙을 깨면서까지 발탁하며 보내준 믿음에 전혀 보답하지 못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월드컵 대표팀 단장은 "박주영이 남아공 때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브라질에서는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던 부분이 여러모로 아쉬웠다"라고 진단했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 맞는 월드컵이기에 박주영은 대표팀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경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던 이번 대표팀에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그라운드에서는 위기시 흐름을 전환시켜 줄 적임자로 꼽혔다. 그런데 그는 "뒤에서 조언만 해주겠다"라며 한 발 뒤로 빠졌다.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였기에 한편으로 처지가 이해되면서도,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당연히 해줘야 할 베테랑으로서의 자기 몫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대표팀은 박주영을 과하게 보호(?)하며 '의리'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못했으면 못한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이야기할 줄을 몰랐다. 박주영에 대해 조금이라도 날카로운 질문이 취재진으로부터 나오려고 하면 "이만 인터뷰를 끝내겠습니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를 통해 대표팀의 분위기와 흐름을 알고 싶어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의 애처로운 부름을 외면하기 다반사였다. 후배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다른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동을 했고, 다른 대우를 받았다.

경기에 출전해서라도 박주영이 제 몫을 해냈다면 부정적인 시선을 상당히 걷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본인에게나 대표팀에 불행스럽게도 박주영은 1, 2차전 두 경기 선발 출전에서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고, 그렇게 박주영과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박주영이기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문제는 어떤 소속팀을 찾아 얼마나 예전 기량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스널은 그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며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유럽 이적 시장에서 다수의 에이전트에게 위임장을 남발했고, 프랑스리그에서의 영입 의사도 석연찮게 물리쳐 신뢰도는 추락한 상태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을 계기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컨디션이 얼마나 안좋은지만 알린 셈이 됐다. 이래저래 박주영에게는 최악의 월드컵이 됐다.

조이뉴스24 /상파울루(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포르투 알레그리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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