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죠." 롯데 자이언츠 조성환은 여전히 선수 신분이다. 이번 시즌까지는 팀과 계약이 유지된다. 그러나 더 이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진 않는다.
조성환은 지난 6월 16일 16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조성환은 은퇴선수가 주로 밟는 코스인 코치 연수 등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롯데 구단도 조성환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조성환은 남은 정규시즌 동안 기존 롯데 전력분석원인 김바위, 양성제와 동행하면서 전력분석 일을 배우기로 했다. 둘 다 조성환처럼 프로선수 출신이다.
김바위 분석원은 프로원년 멤버로 1982년부터 1991년까지 MBC 청룔,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에서 내야수로 뛰었다. 전준우(롯데)의 장인으로도 유명하다. 양성제도 지난 2003년과 2004년 롯데에서 투수로 활동했고 당시 조성환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다.
조성환이 코치직을 마다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은퇴를 마음먹고 구단에 이야기를 했을 때 코치직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코치로 들어간다고 해도 당장은 자리가 없었다. 1군은 물론 퓨처스(2군) 그리고 재활군으로 분류되는 3군까지 이미 코칭스태프는 구성돼 있다.
조성환은 "나 때문에 기존 틀이 흔들리는 걸 원치 않았다"고 했다. 은퇴경기도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 은퇴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1군 엔트리에 들어야 한다. 조성환은 "나 때문에 기존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리고 퓨처스에서 누군가는 나 때문에 1군에 오를 기회와 경험을 놓치게 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은퇴경기를 치르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전력분석원으로 또 다른 야구인생을 시작한 지 이제 2주 정도 지났다. 그는 "선수 때와 확실히 다르다"며 웃었다. 가장 큰 차이는 집에 가는 횟수가 선수시절과 견줘 더 줄었다는 점이다. 롯데가 상대할 팀들을 살피기 위해서 전력분석원은 늘 다른 구장으로 원정을 다녀야 한다.
조성환은 "집에선 은퇴를 하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고 좋아했는데 실상은 다르다"며 "집에 더 못들어간다"고 웃었다.
조성환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건 2루 포지션 후배 정훈의 활약을 지켜보고 나서다. 그는 "(정)훈이가 2루에서 자리를 잘 잡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며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현역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더 남았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시즌 중 은퇴 결정에 대해 충암중과 충암고 1년 후배이자 팀 동료인 장성호도 많이 놀랐다. 조성환은 "(장)성호가 처음에는 말리더라"며 "그러나 어떻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를 하느냐도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봤다. 성호도 내 결심이 확고한 걸 알고 '잘 결정한 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성환은 은퇴에 대해 가족과는 상의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그만뒀다'고 통보를 했다. 그는 "아내는 '이번 시즌만 그대로 있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하지만 가족과 얘기를 하다보면 내 결심이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아내가 조금 섭섭해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다시 웃었다.
조성환은 현재 전력분석원 선배들의 기술과 경험을 옆에서 습득하고 있다. 자신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 결과에 낙담도 했다. 당시 롯데는 5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다 넥센을 만나 내리 3경기를 모두 내줬다.
조성환은 "마음이 착잡하더라"며 "경기는 뛰지 않았지만 나 때문에 팀이 진 것 같아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넥센전 분석 리포트를 위해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대구구장과 잠실구장을 찾아 열심히 했던 일이 헛심만 쓴 것 같아 힘이 빠졌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조성환은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다시 찾았다. 롯데가 8일부터 10일까지 대구구장에서 삼성을 만나기 때문에 미리 상대팀 분석을 해야 했다. 그리고 주중에는 대전구장으로 간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롯데가 다시 만나게 되는 넥센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조성환은 "목표는 지도자"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선수가 아닌, 밖에서 야구를 지켜보고 공부를 하는 부분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했다. 그는 "직접 뛰면서 도움은 줄 수 없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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