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별의 순간이 그 선수의 축구 인생을 평가해 준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고, 얼마나 헌신했고 공헌했는지를 평가해 준다. 그래서 은퇴의 순간은 중요하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한 장면으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다. 이별도, 은퇴도 그래서 아름다워야 한다.
프로라면 더욱 그렇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 선수라면 아름다운 은퇴식을 치를 자격이 있다. 이런 아름다움은 구단이 선사해야 한다. 그리고 팬들이 함께 해야 한다. 구단과 팬들은 자신의 팀을 위해 뛰어준 선수에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고, 프로의 마지막을 프로답게 마무리 지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다운 구단을 잘 찾아보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도 팀과 이별할 때 나 몰라라 하는 구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현역일 때는 선수에게 프로 정신을 강조하면서 죽어라 뛰기를 바라면서, 정작 은퇴할 때는 구단이 은근슬쩍 프로 의식을 숨겨버리곤 한다. 이런 팀에 선수들이 애정과 존경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동안 최선을 다해 뛴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현역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전북 현대는 다르다. 전북 현대가 프로 구단의 하나의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와 마케팅 등에서도 프로의 모범을 보인 전북은 은퇴 선수와 이별에 관해서도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프로 구단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지난해 김상식이 은퇴할 때 그랬다. 전북 구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김상식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전북 팬들도 김상식의 등번호 4번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아름다운 이별에 동참했다.
올해 노장 골키퍼 최은성도 그렇게 아름답게 전북을 떠날 예정이다. 최은성은 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상주 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최은성은 말이 필요 없는 K리그의 전설적인 골키퍼다. K리그 골키퍼를 논할 때 최은성이 빠질 수 없다. 이런 최은성을 전북이 그냥 놓아줄 리 없었다.
전북은 최은성만을 위한 의미 있는 입장권을 제작했다. 최은성의 은퇴를 기리는 아름다운 입장권이다. 입장권 속 최은성의 경기 사진에 프로통산 532경기 출장을 뜻하는 숫자가 새겨진 백넘버 유니폼과 'adieu! 최은성!'이라 적힌 특별 티켓을 제작했다. 레전드의 화려한 마지막 경기를 축하하는 황금색 배경을 사용해 권위를 더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입장권인가.
전북이 더욱 큰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김상식과 최은성 모두 전북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상식은 성남맨이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에서 활약한 성남의 레전드였다. 그리고 2009년 전북으로 왔다. 전북에서는 5년 활약했다.
최은성은 대전의 전설이었다. 1997년 대전에 입단해 2011년까지 무려 15시즌을 대전 최고의 스타로 활약했다. 대전에서 단일팀 선수 개인통산 최다출장 기록(464경기)을 세웠다. 최은성은 2012년 전북으로 왔고 전북에서는 3시즌째 활약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전북은 이들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책임졌다. 전북은 굳이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가 아니라도 K리그 전체에 공헌한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은 것이다.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의 이런 행보는 K리그 전체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전북을 넘어 K리그 전체에 베테랑을 예우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구단도 본받아야 마땅하다. 아니 프로 구단이라면 그렇게 해야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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