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도자들은 종종 언론을 통해 부진한 선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는 한다. 일종의 채찍인 셈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이를 가장 잘 활용했던 지도자로 꼽힌다.
K리그에서는 FC서울 최용수,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 등이 필요할 때 선수들에 대한 질책을 적절히 하는 편이다. 최 감독이 유머를 섞어가며 선수의 기를 올려준다면 하 감독이나 황 감독은 냉정하게 장, 단점을 비평하며 선수를 자극한다.
감독의 지적을 받은 선수들이 한 건 해내면 이른바 '언론플레이'는 성공작으로 꼽힌다. 최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강수일(포항 스틸러스)은 각각 하 감독과 황 감독의 당근과 채찍을 모두 경험하며 성장했다.
반면, 경기의 승패가 갈린 후에도 소속팀 선수 평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감독도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절대로 선수의 허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기면 선수 칭찬, 패하면 자신 탓으로 돌리며 몸을 낮춘다.
인천은 지난 2일 울산 현대를 2-0으로 꺾으면서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18경기 만에 시즌 2승째를 거두며 강등권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11위로 올라선 인천은 10위 부산 아이파크(15점)와 승점 1점 차로 추격을 시작했다.
김봉길 감독은 왜 선수탓을 하지 않을까. 그는 "내가 부족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감독 밑에서 어려운 여건인데 열심히 해주는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을 나무라기보다는 앞으로 경기가 더 남아있어서 잘하는 부분을 이야기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또,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서도 (칭찬은) 가장 중요하다. 굳이 잘못 부분을 찾자면 감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부분은 감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며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렸다.
정규리그는 길고 순위 싸움은 흐름이다. 열악한 시민구단에서 칭찬을 먹고 살아도 시원치 않은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자극하면 분위기는 일순간 깨질 수 있다. 김 감독은 조직력이 가장 큰 무기인 인천을 위해서 전략적으로라도 칭찬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김 감독은 2012년 허정무 감독의 전격 사퇴와 12경기 무승(7무5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인천 지휘봉을 잡은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이후 최종 순위 9위로 마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수석코치를 경험해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그다.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는 기술은 탁월하다. 선수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양복을 선물하며 고마움을 나타낼 정도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니 선수탓에는 익숙하지 않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희망만을 이야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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