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최근 3연승으로 꼴찌 탈출에 성공한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까.
인천시가 인천 유나이티드의 구단 운영 형태에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희망인천준비단은 최근 인천 구단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보고서를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서는 시민주 공모로 창단한 인천 구단에 인천시 입주 기업들이 참가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운영 방안이 제시됐다. 매년 운영 자금 모으기에 애를 먹고 있는 구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11일 인천 구월동의 한 식당에서 구단 이사진들과 간담회를 갖고 컨소시엄 형태의 구단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 구단 운영에 대한 의견 청취를 했을 뿐이다. 컨소시엄은 구단 경영 정상화의 한 방안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유 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인천 구단의 경영 정상화를 앞장서 외쳐왔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형태의 운영 방안은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정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단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에는 삼성, 포스코, 롯데, 코오롱,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항공, 동아제약 등이 입주해있다. 보고서에는 이들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컨소시엄 참여 예상 기업들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비로 구단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도 구단 경영 구조 변화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대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컨소시엄 형태가 될 경우 운영자금 확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은 선수단 임금이 몇 차례 체납되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스포츠를 잘 이해하는 전문 경영진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시 고위직 공무원이 사장직을 맡는 등 땜질식 처방이 계속됐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시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한다. 어떤 형태인지는 나중에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구단을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이미 지난 1997년 대전 시티즌이 시민구단을 목표로 계룡건설 등 지억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창단해 2005년 시민주주 모집으로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바 있다. 대전의 경우 대기업들이 많지 않아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천의 경우 송도 신도시 입주 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프로축구연맹 김진형 구단지원팀장은 "기업 컨소시엄은 긍정적으로 본다. 돈이 돌아가는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다. 기업들 중에서 현재 K리그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이나 포스코 등이 1대 주주로만 나서지 않는다면 상법상으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업 투자 자체는 환영해야 할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컨소시엄으로 전환되면 합리적 구단 운영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 여기저기서 간섭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전의 사례를 경험했던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된다면 각 기업들에서 구단에 파견직 직원을 보내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돈이 어디에 활용됐는지 전부 확인한다. 헛돈이 쓰였거나 적자 운영이 된다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영리가 중요한 기업 마인드로 접근하면 애를 먹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시민주로 구성된 구단 창단의 목적이 변질될 우려도 존재한다. 익명의 인천 구단 한 주주는 "그동안 전문경영인이 구단을 맡아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했지만 구단주들은 낙하산 성격의 시공무원들을 파견했다. 경영인을 잘 두고 움직이게 해도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