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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구친 이동국, 친정 상대 '전북 100호골' 완성


포항전 1골 1도움 맹활약, 전북 2-0 승리 견인

[이성필기자] "승부를 걸기 위해 이동국을 넣었지요."

'라이언킹' 이동국(35, 전북 현대)은 지난 6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경기에서 왼쪽 발목 염좌 부상을 당했다. 온냉 찜질을 해가며 발목 붓기를 빼는데 집중했다. 서른 다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워낙 회복 속도가 빨라 최강희 감독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동국은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1라운드에 선발로 나섰다. 자신의 축구 고향이자 K리그 데뷔팀인 포항을 상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일이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포항전 선발로 내보낸 부분에 대해 "프로야구에서 선동열이 몸만 풀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지 않느냐"라며 웃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로 몸만 풀어도 상대팀의 기가 미리 꺾여버렸다는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처럼, 통산 최다골의 최고 골잡이 이동국이 출전해 전방에서 움직여주기만 해도 상대 수비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뜻이었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후 이동국은 포항을 상대로 14경기에 나서 11골을 넣었다. 친정팀에 얼마나 냉정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물론 최 감독은 최근 살아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카이오를 이날 포항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카이오는 13일 내셔널리그(3부리그격) 강릉시청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3-2 승리를 이끄는 등 브라질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뒤 치른 8경기(FA컵 포함)에서 6골을 넣으며 좋은 감각을 과시했다.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상승세라 충분히 선발로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이동국 카드를 던졌다. 포항전을 앞둔 이동국은 전북 소속으로 K리그 통산 99골을 넣고 있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전북에서의 100호골이라는 기념비를 세우게 된다. 최 감독도 경기 전 "이동국 스스로가 (골을) 넣지 않겠느냐. 많은 것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날 전북은 이동국의 100호골 외에도 포항전 6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정규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맞대결까지 모두 포함된 기록이다. 포항 원정에서도 최근 5경기서 1승4패로 약세였다. 9월 말에 한 번 더 포항 원정을 와야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포항전에 대한 부담을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이동국은 노련했다. 팀 승리를 위해 철저히 자신의 골 욕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신화용 골키퍼의 펀칭에 막히긴 했지만 묵직한 오른발 슈팅을 날리더니 32분에는 김남일의 프리킥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골문을 겨냥했다.

마침내 이동국은 전반 35분 전북의 선제골에 도우미 역할을 해다.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연결된 볼을 받아 전방을 한 번 쳐다본 뒤 뛰어들어가는 이승기를 향해 재치있게 패스를 했다. 이승기는 왼발로 포항 골망을 가르며 이동국의 패스를 돋보이게 했다. 42분에도 이동국은 이재성의 슈팅에 절묘한 오른발 패스로 포항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들어서도 이동국은 주심에게 적절한 어필을 해가며 노련한 경기 운영을 했다. 라이벌전 승리가 선두권 싸움에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골보다는 상대진영을 휘젓는 움직임 자체에 의미를 뒀다.

욕심을 줄이니 축복스러운 골운이 따라왔다. 이동국은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골망을 가르며 한 골 차 살얼음 리드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넣었다. 전북에서의 100호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시즌 10호골이 되면서 득점 선두로도 올라섰다. 그야말로 경사가 겹친 이동국이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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