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부산 아이파크에는 '변화'가 절실했다.
부산은 최근 11경기 연속 무승 행진(4무7패)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4월26일 이후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승리하는 법을 잊어버린 듯한 부산이었다. K리그 클래식 순위도 꼴찌 바로 위인 11위까지 추락했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부산은 꼴찌까지 추락할 환경 속에 내몰려 있었다.
변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었다. 윤성효 부산 감독 역시 변화를 해야만 살 수 있다며 변화를 꾀했다.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성남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윤 감독은 변화의 칼을 꺼내 들었다.
변화의 핵심 카드는 '골키퍼' 교체였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특성상 주전이 잘 바뀌지 않는 포지션이다. 체력적인 부담도 크게 없어 웬만하면 변화가 없는 포지션이다. 그런데 윤 감독은 변화를 위해 골키퍼를 바꿨다.
부산의 주전 골키퍼는 '스타' 이범영이다.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까지 대표로 참가했던 부산의 간판 골키퍼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중 19경기나 출전했다. 붙박이 주전이었다. 그런데 윤 감독은 이범영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이범영 대신 골문 앞에 선 이는 이창근이었다. 지난해 열린 U-20 월드컵 8강 주역, 바로 그 이창근이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골키퍼였지만 이범영이란 큰 산 앞에서 언제나 2인자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1경기 출장에 그쳤다.
꼴찌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 앞에 맞은 중요한 일전, 11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끊기 위해 윤 감독은 이창근을 선택했다. 주전 골키퍼에 변화를 주며 팀 전체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부산의 모든 이들에게 전한 것이다.
경기 전 만난 윤 감독은 "팀에 큰 문제가 없다. 경기는 잘 하는데 승리하지 못했다. 리드하고 있을 때 선수들이 오히려 위축이 돼 동점골을 먹었다. 꼬이고 꼬였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다. 이범영이 그동안 못한 것도 아니다. 선방을 잘 해줬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이창근을 투입시켰다.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팀 전체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창근을 투입한 의도를 밝혔다.
부산 변화의 증표와도 같은 이창근. 그는 부산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연이은 선방으로 부산을 위기에서 구했다. 전반 23분 성남 제파로프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전반 44분 이창훈과의 일대일 상황에서도 각을 좁히며 슈팅을 막아냈다. 후반 이창근은 두 골을 먹기는 했지만 팀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후반 14분 이창근은 골을 허용했다. 몸을 날린 이창근의 손에 닿기는 했지만 성남 김동희의 슈팅이 완벽하게 구석으로 향했다. 이후 이창근은 성남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다가 경기 막판 제파로프에게 두번째 골을 내줬다. 그래도 그는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창근의 활약에 힘입어 부산은 11경기 연속 무승 사슬을 끊었다. 12경기 만에 소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부산은 성남에 4-2 승리를 거뒀다. 승점 19점이 되며 순위도 10위로 올라섰다. 윤 감독이 꺼내든 변화의 칼이 효과를 본 것이다.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니 이제 부산은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이 리그 10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윤 감독도 "분위기가 한 번 반전되면 순위도 끌어 올릴 것이다. 우리의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변화를 통한 분위기 상승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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