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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지은 기분' 최용수, 그래도 무서운 서울의 흐름


인천에 두 번이나 쓴맛 안겨, 선배 김봉길 감독에 또 고통 선사

[이성필기자] "오늘 분위기가 깨지면 연타로 얻어 맞을 수 있어요."

FC서울은 시즌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슬로 스타터답게 천천히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유독 오름의 속도가 다른 시즌에 비해 더뎠다.

그러나 한 번 무패행진 가도에 오르자 그 힘은 매섭다 못해 무서웠다. 8월 10일 부산 아이파크전을 시작으로 6경기 무패(5승1무)를 달리고 있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 2무, 부산 아이파크와의 FA컵 8강전 연장전 승리까지 포함하면 9경기 무패(6승3무)를 기록했다.

정규리그와 ACL, FA컵까지 병행하는 서울의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기록이다. 정규리그는 10라운드까지 2승3무5패의 성적으로 최하위권을 맴돌았었다. 그래도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되찾으며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 한 단계씩 올라섰다는 점이 서울에는 긍정적이었다. 산술적으로 트레블(3관왕) 가능성까지 살리는 결과를 내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최근의 팀 상승세에 철저하게 몸을 사렸다. 그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를 앞두고 "자신감이 꺾여버리면 (선두권) 추격 의지를 잃을 수 있다. 철저하게 쫓아가는 입장이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현재는 우승 가능성이 훨씬 높은 ACL과 FA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당장 17일 홈에서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ACL 4강 1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결승까지 올랐다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2무를 거두고도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억울하게 우승을 내줬던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서울은 올해는 꼭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싶어한다.

이날 인천전은 서울에 중요한 일전이었다. '경인더비'로 불리는 일종의 라이벌전인데다 지난 8월 16일 맞대결에서 서울이 5-1로 대승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인천은 3연승으로 꼴찌 탈출을 하는 등 상승세였는데 서울에 제대로 한 방을 얻어 맞았다. 인천이 설욕을 위해서라도 사력을 다해 달려들 것이 뻔해 서울로서는 조심스럽게 인천전을 준비해야 했다.

최용수 감독으로서는 연세대 선배인 김봉길 인천 감독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번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이 1.5군으로 나가니 살살해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우같은 녀석이다. 미안했는지 이번에는 전화가 오지 않더라"라고 웃었다.

선배의 뼈있는 소리를 들은 최 감독은 "아이고 우리 존경하는 선배님"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 뒤 "죄지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1.5군급으로 나선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도 크게 이겼기 때문이다. 물론 최 감독은 "인천하고 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도깨비같은 팀이다"라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서울이 인천전을 경계하는 이유는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고 인천을 허투루 상대했다가 두들겨 맞았던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2012년 7월 감독대행이던 김 감독의 승격에 서울이 2-3 극적인 패배로 공헌하기도 했다.

이날도 서울은 지난 8월 맞대결처럼 일부 주전을 벤치에 대기시키며 1.5군급 선수 구성으로 나섰다. 그러나 서울의 상승세는 역시 무서웠다. 윤주태, 최정한, 김진규가 돌아가며 골맛을 봤고 3-1로 승리했다. 최정한은 서울 입단 후 첫 골을 넣으며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승리한 서울은 승점 41점이 돼 경기가 없었던 전남 드래곤즈(39점)를 밀어내고 5위까지 올라섰다. 3연승에 7경기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상위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무서운 태풍으로 발전한 서울이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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