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 '라 마시아(La Masia)'에서 성장한 이승우(16)와 장결희(16)의 열풍이 거세다.
이들 둘이 포함된 한국 16세 이하(U-16) 축구대표팀은 17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4강전에서 시리아를 7-1로 대파했다. 이승우가 1골4도움, 장결희가 2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U-16 대표팀의 이번 대회 기록은 대단하다. 4강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5득점 2실점의 폭발력을 과시 중이다. 이승우는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 결승골을 시작으로 3차전 태국(1골), 8강 일본(2골)에 이어 4강 시리아전까지 멈추지 않는 득점력을 선보였다. 장결희 역시 침묵하는가 싶었지만 시리아전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창의적인 축구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기량으로만 따져본다면 이승우에게 화려함과 폭발력이, 장결희에게는 간결하면서 정석적이지만 정확함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하다보니 개성이 화끈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특히 이승우는 역대 유소년 선수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분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입에서 거친 언어가 튀어 나오거나 골대를 발로 가격(?)하며 아쉬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또, 골을 넣으면 화끈하게 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하는 등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한다. 정열적인 스페인 문화를 그라운드에서 토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U-16 대표팀의 대회 시작 전에는 우려가 컸다. 국내에서 유소년 생활을 하지 않은 이승우와 장결희가 규율을 중시하는 팀에 잘 녹아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승우의 경우 워낙 자유로움이 넘치다보니 또래들과 섞이는 것 자체가 과제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자유분방한 자세는 동료들에게는 흥겨움으로 받아들여져 팀에 녹아들고 있다. 함께 사진도 찍고 추억도 남기는 등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어울려 표출해내고 있다. 장결희 역시 이승우에 다소 가려지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 유스라는 타이틀을 벗고 열여섯 학생 그 자체로 동료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전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들은 동료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장면들을 계속 만들어주고 있다. 정형화된 교과서 축구에서 벗어나 특정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벗어나는지를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창의적인 축구를 통해 감독이나 코치의 지시가 아니라 순간적인 응용력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능력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동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빡빡한 수비로 한국을 상대했던 태국이나 부담이 컸던 일본전이 그랬다. 이승우는 수비의 방해에 더 많이 움직이며 상대를 흔들었고 순간적인 침투로 공간을 파괴했다. 일본전에서 중앙선 아래에서부터 치고 들어가 수비수 3명을 바보로 만들며 넣은 환상적인 골이 그의 진가를 증명했다.
장결희는 있어야 할 위치에 정확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강약을 조절했다. 공격을 제조하는 역할은 뒤로 밀어두고서라도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하는 바르셀로나 유소년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났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동료만 바라보는 식의 축구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을 이용한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도 돋보였다.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장재원(16), 이상헌(16), 이상민(16, 이상 울산 현대고)은 이승우와 장결희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연계 플레이에 충실했다. 확실한 공간 이해와 민첩한 순간 선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개인의 기량과 조직의 힘이 절묘하게 녹아들며 성장하고 있는 대표팀의 긍정적인 진화라 할 수 있다.
동반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어린 태극전사들은 오는 20일 북한과 결승에서 만나 우승컵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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