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북한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에 앞서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북한의 응원단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북한은 2002 부산대회 당시 '미녀 응원단'을 보냈고 대회 기간 내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응원단 파견이 성사되지 못했다. 안팎의 기대가 많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결국 응원단은 인천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곳에서는 한반도기와 함께 응원과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바로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24일 역도경기가 열리고 있는 인천 연수구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을 찾았다. '우리는 하나'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한반도기와 막대 풍선을 함께 손에 들었다. 이들은 북한 선수가 바벨을 들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로 격려했다.
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이원규 단장은 "통일 응원단은 2002년 부산대회 때 처음 결성됐다"며 "당시 북한도 응원단을 보냈고 그 보답 차원에서 순수하게 조직됐다"고 설명했다. 응원단이 이번에 다시 모인 건 인천대회에 북한선수들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응원단이 이번 대회 개막에 맞춰 다시 꾸려지는데 도움을 줬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며 "한겨례이자 동포인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려는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응원단은 이 단장처럼 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도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일반 시민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됐다.
이 단장은 "대회기간 동안 휴가를 내는 등 짬을 내 경기장을 찾는다"고 했다. 역도 뿐만 아니라 축구 등 다른 종목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한다.
이날 응원의 하이라이트는 여자 69kg급 인상에 나선 북한의 려은희가 바벨을 들 때였다. 려은희는 샹엔메이(중국)와 함께 치열한 기록경쟁을 했다. 샹엔메이가 대회기록(GR)을 경신하자 려은희도 곧바로 바벨 무게를 더해 기록을 갈아치웠다.
려은희가 바벨을 번쩍 들 때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북한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인공기를 흔들며 크게 환호했다. 아리랑 응원단도 함께 보조를 맞췄다. 북한 선수단과 아리랑 응원단 사이에는 일반 관중이 앉아 있었고 이들도 역시 려은희에게 박수를 보내고 격려를 했다.
한국의 김수현(수원시청)도 이날 여자 69kg급에 출전했다. 김수현이 경기를 치를 때도 아리랑 응원단은 똑같은 함성과 응원을 보냈다. 이 단장은 "북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 역도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한국선수들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며 "우리의 응원으로 힘을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려은희에 대한 응원전에서 남과 북은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김수현이 경기장에 나왔을 때 북한 선수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수도 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여자 69k급 금메달은 인상과 용상 합계 268kg를 들어 올린 샹엔메이가 차지했다. 그는 아시아경기대회 기록까지 세웠다. 려은희는 합계 262kg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황스수(대만)가 233kg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수현은 225kg를 들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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