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에서 북한 여자 대표팀은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북한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1위의 강호다.
이번 북한 대표팀은 지난 7월부터 발을 맞췄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한 준비를 일찍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의 특별한 관심까지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관전하고 지도했다는 핵심 종목이다.
김광민 북한 여자 대표팀 감독은 "지난 7월에 팀을 구성해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 여자 축구는 지난 8월 (김정은) 위원장님이 직접 관전하고 지도한 팀이다. 우리팀 선수 모두가 위원장님이 우리들의 경기를 지켜본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 여자축구의 전력, 예상대로 강했다. 북한은 C조 1차전 베트남전에서 5-0 승리, 2차전 홍콩전 5-0 승리, 3차전 요르단전 5-0 승리를 거둔 후 8강전 중국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파죽지세였다.
북한의 힘은 라은심을 주축으로 한 막강한 공격력에 있다. 힘과 파워에서 다른 팀 선수들을 압도했다. 또 오랜 기간 맞춰온 조직력 역시 북한의 강력한 힘이었다. 그리고 북한이 강한 또다른 이유, 탄탄한 수비력이다.
북한의 수비는 '철옹성'이었다. 북한은 지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 어떤 팀도 북한의 철옹성을 허물고 골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북한의 철옹성이 처음 무너졌다. 그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한국의 공격수 정설빈이었다. 정설빈은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북한의 철옹성 수비, 그리고 북한 골키퍼 홍명희를 뚫어버렸다.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한국은 전반 초반 북한의 기세에 눌렸지만, 선제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았다.
정설빈이 해냈다. 전반 12분 아크 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설빈이 오른발로 찼다. 공은 골대 앞에서 뚝 떨어졌다. 북한 골키퍼 홍명희는 당황하며 공을 잡다 놓쳤다. 공은 원 바운드 된 후 골망을 흔들었다.
평범한 프리킥이 아니었다. '무회전 프리킥'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차는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무회전 프리킥이 정설빈의 오른발에서 나왔다.
정설빈의 환상적인 골로 한국은 기선제압을 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북한에 내리 2골을 허용하며 1-2로 패배,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과의 아시안게임 전적은 5전 전패가 됐다.
북한에 이기지는 못했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희망을 봤다. 정설빈의 무회전 프리킥 선제골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도 북한에 쉽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열리지 않던 북한의 골문을 한국이 처음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북한을 만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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