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중원에서 쉼없는 압박이 없으면 곧바로 뚫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일전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제대로 된 평가전을 치렀다. 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역습을 앞세워 8강에 진출했던 코스타리카는 한국이 지난 10일 만나 2-0으로 이겼던 파라과이와는 확실히 달랐다. 공간 압박은 기본, 빠른 공격 전개로 수비진의 혼을 뺐다. 파라과이전에서 든든했던 한국 수비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개인기와 한 번의 침투패스에 허물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플랫4 수비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했던 중앙 미드필드의 역할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축으로 두고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중앙 미드필드 파트너로 내세웠다. 파라과이전에서는 한국영(카타르SC)이 이 역할을 맡았었다.
장현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해 중앙 수비수로 금메달을 이끌면서 무실점 수비를 보여줬다. 피로감이 커 파라과이전에는 결장했지만 이날은 기성용의 파트너로 출전했다.
기성용은 공간을 활용한 침투패스에 능하다. 그동안 기성용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한국영의 경우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스타일이었다. 한 명이 공간을 비우면 다른 누군가는 확실하게 상대 공격을 차단해줘야 했다.
장현수의 역할은 상대의 패스를 잘라내는, 저지선 역할이었다. 패스를 뿌려주는 기성용이 때로는 볼을 간수한 채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앞까지 전진하는 과감함을 보여줘 장현수가 할 일이 많았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의 빠른 역습에 장현수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볼을 걷어내다가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스타리카가 중원에서 두세 명이 한꺼번에 압박하며 볼을 뺏어내는 경우가 많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코스타리카는 조금만 틈이 보여도 침투패스를 시도하며 한국 수비진의 체력을 소모하게 했다.
이날 기성용은 유난히 공격적인 전진을 자주 했다. 신장의 우위를 이용해보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일 수도 있다. 후반 20분 한국영이 투입된 뒤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고 나서야 장현수의 패스가 살아났다. 기성용의 패스와 한국영의 수비 능력이 조화를 이뤘다.
코스타리카 뿐만 아니라 중원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는 이미 최근 축구 강국들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허약함을 노출했던 한국의 중원이 튼튼해지려면 끈끈한 힘을 앞세운 활동 능력과 너른 시야 등 모든 것을 두루 갖춰줘야 함을 코스타리카전은 일깨워줬다. 장현수는 물론 향후 기성용의 파트너가 누가 되든 감당해야 할 몫이 많음을 확인시켜 준 경기였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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