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프로야구 2군 기록은 영원한 논란의 대상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라도 1군 무대에서 스타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지 않다. "2군 기록은 2군용이지 1군에서 심각히 분석해야 할 것은 아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대로 2군 성적을 전혀 무시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리그의 수준차와 여러가지 다른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참고용은 된다는 것이다. 주로 2군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린 선수들을 놓고 하는 말이다.
◆완벽한 기록, 그래서 증폭되는 궁금증
여기 '논란의 주인공' 김동명(kt 위즈)이 있다. 26세 183㎝ 89㎏ 우투우타 1루수다. 외야수도 겸업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는 프로필. 그런데 그의 올 시즌 기록은 입이 벌어지는 수준이다. 79경기서 타율 3할5푼6리 17홈런 57타점. 출루율 4할9푼8리에 장타율이 6할2푼8리다. OPS가 무려 1.126이다. 도루도 12개를 성공했다. '2군 양준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판단 능력'이라는 게 있다. 타자의 선구안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가장 기본적이며 고전적인 방법이 타수 대비 볼넷 비율이다. 보통 타수 당 10% 이상이면 좋은 선구안으로 평가된다. 김동명은 250타수에서 볼넷 68개를 얻었다. 비율이 무려 27.2%다. 볼넷-삼진 비율 역시 68-37로 1.83에 달한다. 삼진 1개 당할 때 볼넷 1.8개를 얻었다는 얘기다.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애런이 "야구 사상 가장 완벽한 타자"라고 극찬한 배리 본즈급 수치다.
자연스럽게 '의문'이 따라붙는다. "1군에서도 과연 통할까"라는 궁금증이다. 사실 몇 가지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신생팀 kt 소속이지만 김동명은 완전한 신인은 아니다. 지난 2007년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중견 선수다. 수술과 재활, 공익근무 등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프로물을 먹은지 8년이 됐다. 나이도 전성기를 향하고 있고 퓨처스리그 투수들을 자주 접해봤다는 이점도 있었다.
다음 시즌 1군 데뷔를 앞둔 그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우선 낙관.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는 리그 수준이 높아져도 타격 성적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공을 고르는' 눈이 있어 한 순간에 허당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김동명처럼 장타력까지 겸비한 선수라면 기대 이상의 활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군 양준혁'에서 '1군 김동명'으로
비관론은 주로 이렇다. 신인으로선 적지 않은 나이, 1군과 2군간 현격한 투수들 수준차, 신생팀 선수로 주로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는다. 다음 시즌 1군에서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무시못할 난관이다. 올해 2군서 소화한 경기수의 2배에 달한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동명은 일단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신생팀에 오니 어린 선수들이 많아 나도 신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훈련한 한 해였다"며 "1군 무대가 쉽지는 않겠지만 내 특기를 살려서 도전해보겠다. 일단은 주전 확보가 급선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한 뒤 포지션을 전향했다. 올 시즌 주로 1루수와 외야수로 나서며 수비부담을 덜었다. kt는 외국인 타자 한 자리를 3루수 앤디 마르테로 채웠다. 1루수는 베테랑 장성호가 합류했다.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좌익수 김상현과 중견수 이대형이 합류했다. 김동명으로서는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들과 피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kt는 지난 9월2일 퓨처스리그를 마감한 뒤 대구를 거쳐 제주도에서 연일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팀의 중심타자로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 김동명 역시 값진 땀방울을 연신 흘리고 있다. '2군 양준혁'은 '1군 김동명'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태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