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황정민이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한 남자의 20대부터 70대까지 모습을 연기했다. 시대의 격랑 속에서 나이들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가장의 모습. 황정민의 숨결을 타고 살아난 덕수의 생애가 스크린을 채울 준비를 마쳤다.
1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픽쳐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고 고단하게 살아온 한 남자 덕수와 그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 드라마다. 황정민이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부산 국제시장에서 가족들을 돌보며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남자 덕수로 분한다.
영화는 덕수의 유년기와 청년기, 70대 노인이 된 현재까지를 모두 담는다. 황정민은 아역 배우가 연기한 덕수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20대부터 70대까지 약 50년의 세월을 직접 연기했다. 한 캐릭터의 생애 중 대부분을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할 수 있었던 데엔 특수 분장과 CG 기술의 도움도 컸지만 명실공히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 황정민의 덕도 지대했다.
이날 황정민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황정민의 출연을 염두에 뒀다는 윤제균 감독의 말을 전한 한 기자의 질문에 "많은 배우들이 있을텐데 왜 나였을까? 저도 그것을 윤제균 감독에게 묻고 싶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도드라지지 않는 외모, 혹은 옆집 삼촌 같은 서글서글한 느낌이 강해서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 초 '어쌔씬'이라는 뮤지컬을 하고 있었던 시기 윤제균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대본이 있다고 하시더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고 출연을 결정하던 당시를 돌이켰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한국 영화계에 엄마 이야긴 많은데 아버지 이야기가 왜 없을까 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버지라는 존재가 남자들에게 주는 큰 먹먹함이 있다"고도 알렸다.
가족을 위해 생애를 바친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 황정민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그는 "대본을 받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어떻게 하면 평범한 일반 사람 같은 느낌으로 덕수를 표현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실제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황정민은 "덕수의 이야기는 누군가 겪어봤을 법한 아주 평범한 아버지의 삶이었다"며 "먹고 사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사회가, 환경이 바뀌는 것을 많은 이들이 겪지 않나"라고 알렸다.
이어 "저는 제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배우이고 연예인이니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렇지 않아 보일 수 있었다"며 "관객이 거기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도드라지지 않게 보일까를 고민했고 덕수가 그 환경과 세월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작업 당시를 돌이켰다.
황정민은 지난 10일 진행됐던 영화의 VIP 시사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한 아버지의 삶을 그린 아들의 영화에 황정민의 아버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황정민은 "영화를 보신 아버지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며 "아버지의 반응도 늘 어머니를 통해 여쭤본다. 늘 그런 식이다. 어머니께선 '별 이야기 없던데' 하셨다. 경상도 분이라 늘 한결같으시다"라고 답했다.
"보통 남자들처럼 저도 아버지와 친하지 않다"고 웃으며 말한 황정민은 "아버지는 늘 무서웠고, 어릴 때 늘 아버지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있다"고 돌이켰다. 이어 "자식이 생기고 '아빠'라는 말을 들으니 그제서야 조금씩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다"며 "여자들도 아이를 낳고 엄마를 이해하는 지점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시장'에서 김윤진은 독일에서 청년 덕수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동반자 영자 역을 연기한다. 오달수는 덕수와 긴 세월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친구 달구 역을 맡아 웃음을 안길 예정이다. '해운대'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기도 한 '국제시장'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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