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은 보완할 과제가 여전히 수두룩함을 확인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상주 상무)의 골이 터지면서 승리, 오는 10일 오만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됐다.
사우디전을 통해 한국대표팀은 전, 후반이 전혀 다른 경기 내용을 보였다. 전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부재한 중앙 미드필더로 박주호(마인츠05)를 배치했지만 쉽지 않았다. 앞선의 구자철(마인츠05)이 자주 고립되면서 부담만 가중됐다.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공격 전개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중앙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주영(상하이 둥야)은 볼처리 하기에 급급했다. 볼이 두 차례 사우디 원톱 알 샴라니에게 흘러가면서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김진수(호펜하임)가 나선 왼쪽 측면 수비도 자주 뚫리는 등 흔들리는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후반 이명주(알 아인)가 투입되고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이동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며 조율하는 사람이 없어 조직적인 상대 압박이 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부지런히 뛰며 무한 자리 바꿈으로 극복했다.
구자철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공격형 미드필더에 후반 남태희(레퀴야)가 들어오면서 공격 연계는 유기적으로 흘러갔다. 이정협의 쐐기골도 돌파력이 좋은 남태희의 순간적인 판단이 좋은 패스로 이어지면서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를 거쳐 마무리될 수 있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의 황태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움직임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이는 손흥민(레버쿠젠), 조영철(카타르SC), 한교원(전북 현대) 등과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킨 결과였다. 공간 이동이 좋은 남태희는 상대 수비에게 부담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을 했다.
장현수와 김주영도 역할 분담을 적절히 해냈다. 김주영이 장점인 대인방어와 몸싸움을 앞세워 볼을 확보하면 공간을 활용하는 장현수가 전방으로의 연계를 맡으며 안정감을 주는데 주력했다. 보통 수비라인의 경우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아시안컵에서도 둘의 선발 출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장현수와 김주영을 같은 조에 묶었다가 자체 평가전인 청룡과 백호의 리더로 나눠 시험하는 등 장점을 확인했다.
골문의 경쟁력은 업그레이드 됐다. 부상으로 정성룡(수원 삼성)이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 현대)가 전, 후반을 나눠 골문을 지켰다. 김진현은 전반 28분 나와프 알 아비드의 결정적인 오른발 오버헤드킥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긴 손을 뻗어 선방했고, 김승규도 후반 38분 알 샴라니의 묵직한 슈팅을 펀칭하며 너른 시야와 선방 능력을 과시했다.
조커가 될 카드도 확인했다. 사우디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실상 후반 20여분 정도를 뛸 것으로 보이는 이정협은 타깃맨으로서의 역할을 골로 증명했다. 한교원과 이명주도 가능성을 보여주며 충분히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기성용,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차두리(FC서울)가 투입된다면 한국의 경기력은 충분히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지극히 평가전같은 경기 내용이었다. 전방에 고민이 많은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조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 압박을 주로 시도하다보니 수비 압박이 컸다. 기성용의 공백이 느껴지는 경기였다"라고 사우디전을 총평했다.
이어 "측면에서 손흥민이 침투하면 미드필드에서 누군가가 공간을 파괴하며 접근해야 한다. 이는 조직적 움직임이 가능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진의 무한 스위칭이 골결정력을 높일 수 있음을 사우디전에서 보여줬다. 팀 전체의 컨디션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경기력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진단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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