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현역 최고의 공격형 포수를 꼽으라면. 많은 팬들은 강민호(롯데)를 선택하겠지만 양의지(두산)의 이름을 대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수비력이 우선시되는 포지션에서 그만큼 꾸준한 타격능력을 보여준 선수도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양의지는 확실히 기복이 별로 없다. 전날까지 통산 593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48홈런 251타점을 기록했다. 5차레의 풀시즌 동안 평균 10개의 홈런, 50타점을 올려줬다. 출루율 3할5푼7리에 장타율 4할2푼2리의 성적이다.
이른바 '자동아웃'으로 불리는 포수 타순에서 그만큼 소리없이 좋은 타격을 선보인 선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양의지는 프로야구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두산의 여러 좋은 타자 중 한 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겨울 결혼을 하면서 한결 안정감을 찾아서일까. 시즌 초반 타선의 침체로 골머리를 앓는 두산에서 양의지는 유독 돋보인다. 전날까지 11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 2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장타율이 5할6푼6리에 달했다.
1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도 그의 타격능력은 반짝 빛났다. 3회초 시즌 4호 솔로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양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눈부셨다. 포수 겸 5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이날 그는 2회초 좌전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뒤 4회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은 상대 선발 정대현으로부터 중월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케이티위즈파크의 명물인 가운데 담장 뒤 하이트펍을 맞고 튀어나오는 비거리 125m 대형홈런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5회에는 1사 만루에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6-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며 사실상 두산으로 승기가 넘어가게 된 2루타였다. 두산은 양의지의 맹활약과 김진형·박건우·오재일·양종민의 홈런포에 힘입어 kt를 18-2로 대파했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 무척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넥센전에선 선발투수 마야와 호흡을 맞춰 시즌 첫 노히트노런을 합작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런 그를 두고 "나는 노히트노런을 2차례 당했을 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양의지는 나도 경험해보지 못한 '노히트노런 포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해 '황금장갑'을 수상한 뒤 여러모로 일이 잘 풀리고 있는 양의지다. 안정적인 투수리드에 더해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그가 내심 커리어 최고 시즌까지 경신할 기세다. 양의지는 첫 풀타임 시즌인 지난 2010년 127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양의지는 "홈런은 특별히 노리기 보다 자신있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며 "경기에 나갈 때마다 책임감을 가지고 하려는 게 좋은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선발인 (진)야곱이가 조금 더 던져서 승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 경기 때는 호흡을 잘 맞춰 승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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