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거인군단'의 발걸음이 무겁다. 롯데 자이언츠가 6월 들어 힘이 부쩍 떨어진 모습이다.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경기는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롯데는 kt를 상대로 승리를 거의 눈앞에 뒀다. 6월 들어 풀이 죽었던 타선이 오랜만에 힘을 냈다. 강민호가 멀티 홈런을 가동하는 등 홈런 4방을 쳤고 두 자릿수 안타를 만들었다.
마운드도 중반까지는 제몫을 했다. 선발 김승회가 투구 도중 손톱에 문제가 생겨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명우, 홍성민, 이정민이 제역할을 하며 kt 타선을 막았다.
롯데는 8회까지 7-2로 앞섰다. 9회초 kt의 마지막 공격만 막아내면 됐다.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두 개였다. 롯데 벤치는 1사 1루에서 이정민을 대신해 마무리투수 심수창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등판에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지만 5점 차라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부담 없이 경기를 끝내 달라는 의미의 심수창 교체 투입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투수 교체는 패배를 부른 악수가 됐다. 심수창이 kt 배병옥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뒤 연속안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7-7로 동점이 됐다. 막판 기세를 올린 kt는 연장 10회초 댄 블랙과 박경수의 대포가 터져나오며 10-7로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컨디션 점검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심수창을 올린 것까지는 좋았다. 배병옥의 투런포로 4-7이 됐을 때 흐름을 끊지 못한 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수창은 마무리로 변신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 롯데의 뒷문을 잘 지켰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었지만 그 기간 동안 1승 4세이브를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6월 들어 힘이 부쩍 떨어졌다.
지난 2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실점(2자책점)으로 흔들렸다.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팀 승리를 지키긴 했지만 역시 2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실점하면서 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심수창의 부진 원인은 제구력 불안이다. 심수창은 직구와 포크볼을 주로 던진다. 카운트를 잡거나 승부구로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하는데 최근 3차례 등판에서 공이 자꾸 가운데로 몰린다. 떨어지는 폭이 적고 밋밋해 타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치기 좋은 공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장타를 허용하고 연속안타를 내주는 이유다.
심수창의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롯데는 또 다시 마무리투수 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롯데는 최근 3시즌 동안 마무리가 계속 바뀌었다. 김사율(현 kt) 이후 정대현, 김성배, 김승회 등이 번갈아 가며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전략적인 선택이 아닌, 마땅한 마무리 카드가 없어 돌려막기를 했다.
11일 열리는 kt전마저 또 다시 내준다면 롯데의 6월 부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든 연패가 길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롯데는 12일부터는 원정 9연전에 들어간다. SK를 비롯해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등 만만찮은 상대를 계속 만나는 부담스런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롯데와 달리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 가세하면서 확 달라진 kt는 6월 들어 부쩍 힘을 내고 있고 부담도 없다. 1군 참가 후 처음으로 롯데를 상대로 3연전 스윕승을 기대하고 있는 kt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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