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아리송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타자 한나한을 전격 방출한 뒤 우타 3루수 요원 루이스 히메네즈를 영입한 것이다.
LG는 전날 한나한의 방출과 함께 히메네즈의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히메네즈는 한나한과 포지션이 같은 3루수. 하지만 한나한은 몸상태를 이유로 3루수가 아닌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3루 요원에 대한 LG의 절실함이 이번 외국인 교체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문점도 남는다. 한나한이 수비에서는 당초 구상에서 벗어난 출전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팀의 4번타자로 나서며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한나한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할2푼7리, 4홈런 22타점. 장타율 5할2푼3리에 출루율 4할로 그 합인 OPS는 0.923으로 나쁘지 않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타율 3할5푼3리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더구나 한나한은 한국에서 가장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야구장에서 주로 뛰었다.
◆왜 루카스가 아닌 한나한인가
사실 LG의 외국인 선수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그 대상은 한나한이 아닌 투수 루카스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루카스가 마운드 위에서의 산만함과 불안한 제구로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 15일 현재 볼넷 전체 1위(47)에 올라 있는 루카스는 14경기에 등판해 4승6패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LG가 작별 인사를 고한 쪽은 루카스가 아닌 한나한이었다. 최근 루카스 교체설이 돌기도 했지만 LG 측은 "루카스의 교체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루카스가 아닌 한나한을 방출 조치했다.
둘 중 하나다. LG 구단에서 말을 아끼고 있거나, 정말로 교체할 의사가 없는 것이다. 만약 LG가 루카스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조만간 새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이 들려올 일이다. 반대로 정말 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루카스는 소위 '멘탈'에 문제가 있을 뿐 구위만큼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다. 6패를 했지만 4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한화의 탈보트(5.32)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72이닝을 소화한 것 역시 탈보트(64.1이닝)보다 많다. 따지고보면 SK의 켈리(2승4패 ERA 4.72, 61이닝)와 비교해도 루카스의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다.
루카스의 경우 양상문 감독이 잘 다듬어 팀 전력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한나한은 몸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한나한이 1루수, 지명타자로만 나서게 된다면 포지션 중복 문제로 LG 야수진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왜 이제서야 바꾸나
두 번째 의문은 교체 시기에 있다. LG가 한나한의 몸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멀리 스프링 트레이닝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실전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나한은 시범경기, 개막 초까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며 '사이버 용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한나한이 LG의 1군 전력에 합류한 것은 지난 5월7일 두산과의 경기에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했던 3루 수비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후 한나한은 꾸준히 1루, 지명타자를 맡으며 타격에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만약 한나한을 교체할 생각이 진작부터 있었던 것이라면 이번 결정은 늦어도 한참 늦다. 이미 전체 시즌의 45% 가량을 소화한 시점이다. 한나한의 3루 수비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면 선수의 몸상태를 면밀히 체크하지 못한 잘못이다. 그게 아니라면 LG의 결단력이 부족한 것이거나 외국인 영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도박같은 승부수, 검증 안된 히메네즈 타격
이번 LG의 결정은 도박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쨌든 한나한은 타격에서만큼 합격점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LG는 한나한의 타격을 포기하면서까지 3루수 요원을 필요로 했다. 만약 새로 합류할 히메네즈가 한나한만큼의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LG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분명 한나한은 반쪽짜리 외국인 선수였다. 그러나 타격에서만큼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 시즌 LG의 문제가 마운드보다는 방망이 쪽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나한이 팀에 공헌한 부분을 간과하기 어렵다.
반면 히메네즈는 아직 타격 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몸상태가 확실하다는 가정 아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3루수로 많은 경기를 뛰어온 선수인 만큼 수비에서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로서는 히메네즈가 공수 겸장 외국인 선수로 자리잡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