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밀집수비, 세트피스 골 두 방으로 풀긴 했는데…

[이성필기자] 밀집수비를 뚫는 해법으로 세트피스 활용은 반가웠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밤(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미얀마와의 중립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첫 승을 거둔 한국은 최종 예선을 향해 안전하게 출발했다.

승리하기는 했지만, 약체 미얀마를 상대로 2-0으로 이긴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상대 밀집수비를 완벽하게 깨지는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안정 지향적인 선수 구성과 전술이 경기를 다소 소극적으로 풀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선발진과 비교하면 오른쪽 풀백 정동호(울산 현대) 대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나선 것이 달랐다. 김창수는 정동호와 비교해 다소 수비적이다.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정우영(빗셀 고베), 한국영(카타르SC)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UAE전에서 연계 플레이를 나쁘지 않게 해냈던 정우영에 대한 믿음으로 보였다.

하지만 플랫3에 양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두 명까지 내려서서 촘촘한 수비를 펼친 미얀마에 어려움을 겪었다. 뚫어 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작정하고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미얀마의 수비공간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골문 앞에 서서 몸을 던지는 수비를 하니 골도 쉽게 터지지 않았다. 전반 11분 손흥민(레버쿠젠)의 강한 오른발 슈팅이 골라인 앞에 버티고 있던 수비에 맞고 나온 장면은 아쉬왔다. 정우영이 김진수(호펜하임)에게 침투 패스를 했지만, 수비가 작심하고 바깥으로 걷어냈다.

연계플레이로 터지지 않던 골은 코너킥과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만들어졌다. 전반 35분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이재성이 헤딩슛해 골망을 가르면 선제골을 뽑아냈다. 힘과 높이의 우위를 적절하게 활용한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세트피스가 골을 만들어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도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한국 공격은 둔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21분 손흥민의 묵직한 프리킥이 골키퍼 머리 위로 날아가 그대로 골이 됐다.

두 골이 세트피스에서 터지며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의 경험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UAE전에서 샛별로 등장한 정우영도 밀집수비로 맞서는 미얀마를 상대하는 것은 생경한 듯 보였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너무 조심스럽게 시작한 것 같다. 미얀마에는 다득점이 필요한데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에 수비력이 좋은 공격수 이정협을 배치한 것은 너무 상대를 '존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상대 수비가 쉽게 원톱을 붙들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밀집 수비는 기술과 공격력이 좋은 선수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한 명 더 놓고 경기해서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