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토종 투수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양현종(KIA)과 유희관(두산), 김광현(SK) 등 국내 선수들이 투수 부문 개인 타이틀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투수 개인 타이틀은 외국인 선수들의 잔치였다. 구원 손승락(넥센), 홀드 한현희(넥센)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외국인 선수들이 싹쓸이한 것. 밴헤켄(넥센)이 다승과 평균자책점, 밴덴헐크(당시 삼성)가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고 소사(당시 넥센)는 승률왕에 올랐다.
지난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 년간 국내 투수들이 홀드-구원 부문을 제외한 타이틀을 차지한 경우는 많지 않다. 평균자책점의 경우 2011년 윤석민(KIA)을 끝으로 3년 간 외국인 선수의 독식이 계속됐고, 탈삼진은 2012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마지막 토종 타이틀홀더다. 그나마 다승 부문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1위를 배출했다.
올 시즌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2일 현재 KBO가 공식 시상하는 투수 6개 부문 1위에는 탈삼진을 제외하고 전 부문에 국내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양현종, 다승 유희관, 승률 김광현, 세이브 임창용(삼성), 홀드 안지만(삼성) 등이다. 탈삼진 1위는 밴헤켄.
평균자책점 경쟁에서는 양현종이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양현종은 1.37의 평균자책점으로 2위 유희관(2.85)과 격차를 크게 벌려놨다. 3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3점대. 양현종이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2010년 류현진(1.82) 이후 5년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승 부문에서는 유희관이 선전 중이다. 유희관은 지난 21일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추가하며 10승 고지에 등정, 피가로(삼성)와 함께 공동 1위로 나섰다. 양현종과 김광현도 8승으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김광현은 승률 1위다. 8승을 거두는 동안 1패만을 당하며 승률 8할8푼9리를 기록 중이다. 2위부터 4위까지도 송신영(넥센, 0.857), 유희관(0.833), 양현종(0.800) 등 국내 선수들이다. 외국인은 피가로(0.769)가 5위에 올라 있는 정도다.
올 시즌도 탈삼진 부문에서는 외국인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밴헤켄이 97개로 선두고, 윤성환(삼성)이 90개로 2위. 소사(LG)와 린드블럼(롯데), 양현종이 85개로 그 뒤를 따르는 중이다. 아직은 윤성환과 양현종에게 역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타이틀을 떠나 올 시즌은 국내 투수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윤성환이 딱 한 번 기록한 토종 투수 완봉승(9이닝 기준)이 벌써 3차례(김광현, 유희관, 양현종)나 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 윤성환도 완봉은 없지만 완투승만 2승을 기록 중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KBO리그에는 '특급 에이스'라 부를 만한 토종 투수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타이틀 경쟁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이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토종의 역습'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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