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공정한 경쟁, 정정당당한 승부라는 프로야구의 필수 요소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 한화 최진행의 반도핑 위반이 남긴 상처다.
지난 25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최진행의 반도핑 위반 사실을 발표하며 30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이로써 최진행은 최소 8월 초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게 됐다. 당장 한화는 중심타자의 공백 속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도핑테스트 결과 최진행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성분은 스타노조롤(stanozolol)이다. 이는 근육강화 스테로이드 계열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정한 최상위 등급 금지약물이다.
KBO는 올 시즌부터 규정을 강화해 경우에 따라 처벌 수위에 차등을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일괄적으로 10경기 출전 정지의 제재가 내려졌지만 올 시즌부터는 생식호르몬 물질의 경우 10경기, 흥분제 물질 20경기, 경기력 향상 물질 30경기의 출전을 정지하기로 했다.
최진행과 한화 구단은 이번 사건에 있어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전해받은 단백질 보충제를 의심없이 복용했는데, 여기에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고의성 있는 복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몰랐다'는 것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약물에 있어서는 '무지도 죄'다. 그동안 다양한 종목의 수많은 선수들이 약물복용을 통해 물의를 일으켰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렀다. 최진행 역시 반도핑 위반에 따른 KBO리그 사상 최대의 징계를 받았다.
이번 최진행 쇼크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팬들이다. 사실 KBO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부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약물복용 선수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팬들은 각자 응원하는 구단의 선수가 아니길 마음 졸이며 KBO의 발표를 기다렸다.
KBO의 발표로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괜한 의심을 받던 선수가 포함된 구단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최진행의 소속팀 한화의 팬들은 큰 실망감을 떠안았다. 일각에서는 한화의 올 시즌 선전이 폄하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전체적인 KBO리그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간다. 한화의 경기에는 야구 외적인 이슈가 경기 몰입을 방해할 가능성이 생겼고, 다른 경기들 역시 공정성과 정정당당함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팬들 사이에 불필요한 논쟁이 일어날 여지도 커졌다.
이번 KBO의 도핑테스트는 50명의 표적검사로 실시됐다. 최진행을 제외한 49명에게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진행의 금지약물 복용에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선수 한 명으로 인해 프로야구 전체의 신뢰성에 손상을 입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KBO 차원의 노력, 선수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실망한 팬들을 위하는 길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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