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연례행사처럼 약물 파동이 불거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 몸담던 지난해 이용찬(상무)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최진행(한화)이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용찬의 경우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물에서 금지약물 베타메타손이 검출된 반면 최진행은 직접적인 근육강화제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됐다. 이용찬은 치료목적이었다는 게 소명과정에서 드러나 다소 경미한 징계를 받은 반면 최진행은 단백질 보충제를 구해 먹다가 약물검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KBO 반도핑규정 6조 1항에 따라 경기력 향상 물질을 복용한 최진행은 최대 징계인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전수검사 및 징계 강화 필요성 증가
하지만 30경기라고 해봐야 40일 남짓 경기에 나서지 못할 뿐이다. 성적 향상이 간절한 선수들의 경우 약물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보다 과중한 징계를 통해 '금지약물에 손을 대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행 KBO 규정에 따르면 경기력 향상 물질로 인한 양성판정시 최대 30경기 출장정지, 2번째로 적발될 경우 50경기 출장정지, 3번째 위반시는 영구제명 처리하도록 돼 있다. 약물 논란으로 리그가 쑥대밭이 될 뻔했던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메이저리그는 원래 첫 적발에 50경기, 두 번째 적발에 100경기 출전 금지였으나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 이후 징계가 훨씬 강화됐다. 현재는 첫 번째 적발에 80경기 출전금지, 두 번째 적발일 경우 정규 시즌 전경기인 162경기 및 포스트 시즌까지 출전이 금지된다. 세 번째 적발될 경우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다. '한 번 걸리면 최소 시즌의 절반은 날아간다'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재수없게 걸려도 한 달 정도만 숨죽이고 있으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지난해 이용찬 사건이 불거졌을 때 한 야구인은 "처벌이 약하면 선수들이 징계를 우습게 안다.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금지약물로 걸린 선수들은 '선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부터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더 중요한 건 선수들 인식 변화"
처벌 강화와 더불어 도핑검사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KBO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의 경우 전원 도핑테스트를 받는다. 반면 국내 선수들은 1·2군 합쳐 35% 정도만 테스트 대상이 된다. 전체 선수 700명 가운데 약 250명 정도다.
금지약물이 리그의 신뢰성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선수들에 대한 전수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BO 측은 여러 여건상 아직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리그 일정이 있어 모든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점차 국내 선수들에 대한 도핑테스트 횟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도핑테스트 및 징계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들의 인식 변화다. 최진행은 "모르고 보충제를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책임회피성 변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다. 의도했든 안 했든 남들에 비해 부정적인 방법을 썼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물은 '그라운드의 사기행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수능 시험에서 남의 답안지를 통째로 베끼는 행위, 거리에서 남의 돈가방을 훔쳐 달아다는 행위와 운동선수의 금지약물 복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때 선수들도 검은 유혹에 빠져들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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