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기자] 너무 관심이 집중된 탓이었을까. 박빙의 대결이 펼쳐지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호투는 둘 다 보여주지 못했다.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두산전은 특별한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 팀 에이스이자 올해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특급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양현종(KIA)과 유희관(두산)이 선발 맞대결을 벌였기 때문.
이날 경기 전까지 양현종은 8승(5위)2패에 평균자책점 1.37로 독보적 1위를 달리며 가장 점수를 주지 않는 투수로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유희관은 10승(2위)2패 평균자책점 2.85(2위)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었다.
짠물 피칭을 하는 대표적인 두 투수가 만났지만 평소에 비해서는 많은 점수가 나왔다. 아무래도 두 투수가 다소 긴장한 듯했고, 양 팀 타선은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타석에서 더 집중을 했다.
둘의 맞대결 결과는 유희관의 판정승. 유희관은 7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6.1이닝 4실점한 양현종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양현종이 1회초 먼저 실점했다. 첫 타자 민병헌에게 2루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정수빈의 큼지막한 우익수 플라이 때 민병헌의 3루 진루를 허용했다. 이어 김현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내줬다. 이후에도 양현종은 연속안타를 맞고 2사 1, 3루로 몰렸지만 오재원을 외야 뜬공 처리하고 첫 이닝을 진땀 끝에 1실점으로 끝냈다.
유희관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1회말 1사 후 김호령에게 안타를 맞은 데 이어 곧바로 김주찬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내주며 1-2로 역전을 당한 것.
홈런을 맞기는 양현종도 마찬가지였다. 2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긴 양현종은 3회초 2사 1, 2루에서 양의지에게 좌월 3점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순신각에 스코어는 다시 두산의 4-2 재역전 리드.
이후 5회까지 두 투수는 무실점 행진을 벌여 투수전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유희관도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6회말 김주찬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고 필에게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로 몰린 뒤 나지완에게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4-4가 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먼저 마운드에서 물러난 쪽은 앙현종이었다. 7회초 양현종이 김재호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좌익수 김주찬이 어렵게 잡아내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2루를 노리던 김재호를 아웃시켰다. 이 장면 후 KIA 벤치는 투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양현종의 구위가 아무래도 이전보다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현종은 6.1이닝 8피안타(1홈런) 2볼넷 4실점의 성적을 남기고 승패와 관계 없는 상황에서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심동섭에게 넘겼다.
KIA의 투수교체는 실패작으로 돌아갔다. 양현종이 물러나자마자 두산 타선은 심동섭과 이어 나온 김병현으로부터 연속 안타와 홈런 등으로 대거 4점을 내며 8-4 리드를 잡았다. 앞서 양현종으로부터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던 양의지가 이번에는 김병현으로부터 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양의지는 홈런 두 방으로 6타점을 쓸어담았다.
유희관은 팀 타선이 7회초 4점을 뽑아내주자 신인 난 듯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3연속 삼진으로 막아내는 위력투를 보였다. 8회말 오현택에게 마운드를 넘긴 유희관은 7이닝 6피안타(1홈런) 2사사구 4실점을 기록했다.
양현종이 승패를 기록하지 않은 반면 경기가 두산의 8-4 승리로 끝나 유희관은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1승을 수확한 유희관은 삼성 피가로와 다시 다승 공동선두로 나섰다. 양현종은 평균자책점이 1.63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1위를 유지했고, 유희관의 평균자책점도 3.01로 올라갔다.
조이뉴스24 석명기자 ston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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