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2015년 상반기, 안방극장에 복귀한 톱스타들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방송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안방 시청자들은 엄중하고, 1위 미니시리즈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은 더 이상 인기의 객관적인 잣대가 되어주지 못한다. 제 아무리 빛나는 이름값을 지닌 톱스타라도, 늘 시청자들을 전율시키는 연기력을 지닌 명배우라도 매 작품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 어려워진 상황의 2015년 상반기, 어떤 톱스타가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어떤 톱스타가 쓰디쓴 고배를 마셨을까. 톱스타들의 2015년 상반기 성적표를 매겼다.
◆'하이드 지킬, 나' 현빈 B-
한 줄 평가: 고릴라와 작가님, 현빈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현빈씨, 우리는 재수강으로 다시 만나요. 안방에서 꼭!
현빈이 정말 멋있어서 더 슬펐다. 현빈은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너무도 미약했던 용두사미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를 위해 명품 비주얼과 여심 저격 눈빛을 낭비하고 또 낭비했다. 군 제대 후 4년 만에 안방에 돌아오는 현빈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하이드 지킬, 나'는 해리성 정체 장애(다중인격)라는 같은 소재를 다뤘던 경쟁작 '킬미, 힐미'에게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까지 완벽하게 무릎을 꿇었다.
현빈의 고군분투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었다. 산으로 가는 조악한 스토리를 현빈이라고 막을 수 있었을까. 다만 끝까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노력한 현빈과 드라마와는 상관없이 홀로 끝까지 빛났던 현빈의 연기력을 치하하고 싶다. 여전히 수많은 드라마는 현빈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청자들은 '하이드 지킬, 나'의 실패를 발판삼아 더욱 화려하게 돌아올 현빈의 안방 귀환을 기다린다.
◆'냄새를 보는 소녀' 박유천 B+
한 줄 평가: 멜로에 코믹, 액션까지…당~췌! 너, 못하는 게 뭐~니?
전체적으로 아쉬운 결말에도 박유천은 나홀로 빛났다. 극 전체를 지배했던 바코드 살인 사건의 허무한 끝맺음 속에서 박유천의 비주얼과 몰입도 높은 연기는 개연성 그 자체였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동생의 죽음으로 감각을 잃어버린 형사 최무각 역을 맡은 박유천은 액션, 멜로, 코믹을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한계 없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박유천의 연기력은 스태프들마저 감탄하게 만들었다. 연출을 맡은 백수찬 감독은 "연기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배우"라고 극찬했고, '대선배' 이원종 역시 "연기와 행동 모두 성숙해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고 박유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유천의 활약에 힘입어 '냄새를 보는 소녀'는 방영 도중 '무한도전'을 꺾고 콘텐츠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는 등 남다른 인기를 과시했다. 체감 인기에 비해 2% 아쉬웠던 시청률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오는 8월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2년 후 더욱 멋진 남성미로 돌아올 박유천의 컴백을 기대한다.
◆'킬미, 힐미' 지성 A+
한 줄 평가: 보았노라, 느꼈노라, 경험했노라 지성의 무한 매력! 기억해 너에게 반한 2-3월.
지성이 없었다면 '킬미, 힐미'의 인기도 없었다. '킬미, 힐미'를 통해 1인 7역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에 도전한 지성은 완벽남 차도현부터 어둡고 거친 신세기, 사생팬 활동이 특기인 안요나, 자살중독자 안요섭, 능글맞은 연상녀 킬러 페리박, 귀여운 소녀 나나, 마지막회 등장해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한 미스터엑스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7중 인격 연기로 '안방 최고의 완소남'으로 떠올랐다.
당초 지성은 '킬미, 힐미' 캐스팅의 0순위는 아니었다. 핑퐁게임을 연상케하는 캐스팅 난항 끝에 1인 7역의 주인공이 된 지성은 완벽한 연기로 자신을 캐스팅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그리면서도 아동학대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돋보인 '킬미힐미'는 진수완 작가 특유의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촘촘한 캐릭터가 돋보인 드라마였다.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지성이었다.
보통 연기대상의 대상의 주인공은 하반기 드라마에서 주로 탄생한다는 것이 방송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MBC는 기억해야 한다. '킬미, 힐미'로 MBC 드라마의 2-3월을 화려하게 빛냈던 지성의 이름을.
◆'화정' 차승원 B+
한 줄 평가: 빛났던 차승원, 빛나지 못했던 광해. 차승원은 무죄다.
'삼시세끼-어촌편'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차승원은 복귀작으로 '화정'을 선택했다. 게다가 차승원의 역할은 스크린, 안방이 사랑하는 복잡다단한 캐릭터 광해였다. 시청률 백전불패 사극 카드를 꺼내든 차승원의 안방 복귀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의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해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겠다던 '화정'은 초기 기획 의도를 잃고 좌초했다. 광해 캐릭터 역시 널을 뛰듯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스토리 속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계속했다. 차승원은 중심을 잃은 캐릭터에도 묵직한 존재감과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화정'의 전반기를 충실히 이끌었고, 28회 방송분을 끝으로 바통을 인조 역의 김재원에게 넘긴다.
차승원은 끝나자마자 강우석 감독의 신작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사극 행보를 이어간다. 나영석PD와의 조우에 대한 가능성 역시 열어놓고 있다. 차승원은 최근 '화정'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정선은 한 번쯤 (어촌편) 멤버들이 그대로 갈 것 같다. 그 멤버들이 스케줄이 안 되면 가지 않겠지만 시간이 되면 갈 것"이라고 정선과 만재도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과연 시청자들은 '차줌마' 차승원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정선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인간 차승원의 매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며, 여전히 A+++++++다.
◆'프로듀사' 김수현 A
한 줄 평가: 클래스는 영원하다. 별에서 온 것 같은 비주얼의 신입PD, 시청자 마음도 훔친 그 매력 똑같으신디~
'별에서 온 그대'로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수현은 다시 한 번 박지은 작가의 손을 잡고 안방에 복귀했다. 김수현이 맡은 역할은 늘 실수 투성이의 '1박 2일' 신입 PD 백승찬. 지구에서 400년을 살고 완벽한 능력,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는 외계남에서 특별한 듯 평범한 지구남으로 '프로듀사'에 합류한 김수현은 매회 몰입도 높은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사실 '프로듀사' 속 백승찬 캐릭터는 한없이 엉덩이가 가벼운 사랑꾼이다. 백승찬이 KBS에 입성하게 된 것은 자신의 첫사랑이자 '연예가중계' PD 신혜주(조윤희 분) 때문. 신혜주와 차태현의 교제로 충격을 받았던 백승찬은 이내 선배 PD탁예진(공효진 분)과 사랑에 빠진다. 왜 백승찬이 탁예진과 사랑에 빠졌는지, '프로듀사'는 시청자들을 100% 설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수현은 탁예진의 작은 말로도 자신도 모르게 실룩이는 입술과 볼 근육을, 남자답게 생애 최고의 용기를 내 그네키스를 선사했다가도 곧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소심함을, 탁예진에게 자신의 진심을 거절당한 후 나라를 잃은 듯한 오열로 백승찬 캐릭터에 개연성을 스스로 부여했다. 또다시 백승찬은 마지막회에서 신디(아이유 분)과 핑크빛 러브라인을 예고했지만 여심은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이미 백승찬은 김수현이고, 김수현은 백승찬이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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