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kt 위즈는 지난 15일과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2연패를 당했다.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
팀 타선이 상대 마운드에 꽁꽁 묶이면서 각각 0-11. 0-3으로 이틀 연속 영봉패를 당했다. 하지만 팀 분위기는 좋다. 두산과 3연전 첫 날인 14일 경기에서 8-1로 이겼다. kt는 이로써 전 구단 승리를 기록하며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kt는 지난해 창단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모의고사를 치른 뒤 올 시즌 1군에 참가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두달 동안은 말그대로 '동네북'이었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100패를 당할수 도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받았다. 정규시즌이 팀당 144경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6월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이길때보다 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팀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약점을 보완하는 트레이드와 외국인선수 교체카드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6월부터 전반기 마지막날인 지난 16일까지 성적만 따진다면 kt는 18승 16패로 넥센 히어로즈와 공동 4위다. 이제 더이상 만만한 막내구단이 아니다.
◆든든한 뒷문 지키는 경기 늘어나
조범현 kt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오프시즌 이적한 베테랑 투수 김사율에게 당초 마무리 자리를 맡기려고 했다. 김사율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마무리로 뛴 경험이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 계획은 엉클어졌다. 김사율이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선발감으로 꼽았던 장시환을 뒤로 돌리고 중간계투로 나서던 정대현을 선발로 바꿨다.
장시환은 기대에 맞게 활약했다. 33경기에 등판해 5구원승 9세이브를 기록했다. 뒷문이 든든해지자 kt는 쉽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경우도 있었다.
정대현도 선발진 한 축을 든든하게 받쳤다. 선발전환후 4승을 챙겼다. 깜짝스타도 등장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김재윤이 주인공이다.
빠른 볼을 던지는 김재윤은 19경기에 나와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했다. 마무리 장시환까지 이어지는 가교 노릇을 잘해줬다. 조 감독은 "(김)재윤이의 활약은 나도 놀라울 정도"라며 "그러나 아직 투수로서 경험은 적다. 올시즌 보다는 내년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두 명의 외국인투수인 필 어윈, 앤디 시스코가 제역할을 못하고 퇴출됐으나 크리스 옥스프링은 다르다. 옥스프링은 팀내 선발투수 중 최다인 7승(7패)을 올렸다.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꾸준함이 장점이다.
여기에 어윈을 대신해 합류한 저스틴 저마노는 후반기 kt 마운드에 힘이 될 전망이다. 그는 kt 데뷔전이던 지난 14일 두산과 경기에서 선발등판해 7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얕볼 수 없는 타선, 추격조 성장이 관건
조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김사연, 앤디 마르테가 전력에서 빠졌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박용근도 주루플레이 도중 크게 다쳤다.
하지만 kt 타선은 앞으로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다. 마르테의 복귀와 함께 시스코를 대신해 데려온 댄 블랙은 그야말로 '잭팟' 역할을 했다.
블랙은 팀 합류 후 28경기에 출전, 타율 3할4푼9리 7홈런 20타점으로 타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마르테 역시 복귀 이후 힘을 싣고 있다. 두선수의 이름을 딴 '마블효과'는 후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있었다. 김상현은 15홈런으로 팀내 최다다. 20홈런 달성이 눈앞이다. 박경수도 11홈런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2003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이대형도 3할 타율은 아니지만 27도루로 역시 팀내 최다다. 리드오프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
팀 상승세를 이끈 주역 중 또다른 한 명은 박기혁이다. 그는 롯데 시절부터 방망이보다는 수비 공헌도가 높은 선수였다. 그런데 박기혁은 타율 2할8푼7리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규정타석(266타석)에는 모자라지만 이런 활약은 전력 상승에 촉매가 되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장성우, 하준호, 오정복도 톡톡 튀는 활약으로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kt가 만만치 않은 이유다.
kt가 후반기 고춧가루 부대 노릇을 떠나 순위경쟁에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기위해선 추격조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옥스프링, 저마노, 정대현 등으로 구성된 선발진은 확실히 시즌 초반과 비교해 탄탄해졌다. 김재윤-장시환의 필승조도 완벽하진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 윤근영이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분명히 플러스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조무근, 주권, 엄상백, 이창재, 심재민, 고영표 등 추격조 성장 여부가 과제다. 15일 두산전은 추격조가 흔들리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부분을 보완한다면 kt는 어느팀과 맞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조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생팀 최고 승률을 넘어보고 싶다"고 신중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KBO리그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은 지난 1991년 1군에 처음 참가했던 쌍방울이 기록한 4할2푼5리다. 당시 8구단 쌍방울은 52승 3무 71패를 기록하며 6위로 시즌을 마치며 선전했다.
kt는 28승 58패 승률 3할2푼6리로 전반기를 마쳤다. 승률 1할을 더 끌어올려야 1991년 쌍방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산술적으로 가능성은 작지만 탈꼴찌도 내심 목표로 두고있다. kt보다 앞선 순위에 있는 롯데를 비롯해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등이 긴장해야 할 이유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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