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자 월드컵 본선 출전 경험이 여자축구대표팀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일본을 차례로 꺾으며 2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경기력과 체력,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2013년 홈에서 치른 대회 때보다 발전했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이 상대전적에서 열세였던 팀이다. 이번에 1승씩 추가하면서 4승 5무 23패(중국), 4승 8무 14패(일본)가 됐다. 숫자상으로는 여전히 절대적인 열세지만 격차를 서서히 줄여가고 있다.
상대 멤버 구성과 상관없이 한국은 경기력 유지에 초점을 맞춰 이번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캐나다 월드컵에서 활용해보지 못했던 이민아(24, 현대제철), 서현숙(23, 이천대교), 장슬기(21, 고베 아이낙)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민아와 장슬기는 중국과 일본전에서 장시간을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격을 만드는 과정에는 항상 이들이 있었다. 이민아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의 대체 자원이 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태극 여전사들의 자세가 대단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을 넘었다. 강유미(화천 KSPO)는 "월드컵을 다녀오니 동아시안컵은 한결 쉽게 느껴진다"라며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월드컵 당시 한국은 끌려가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코스타리카와 2-2 무승부, 스페인에 2-1 역전승을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선수들을 지배했다. 동아시안컵에서도 이런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다.
부상으로 낙마한 심서연(이천대교)을 통해 정신적 무장을 새롭게 한 것도 일본전 승리의 원동력이다. 일본은 월드컵 준우승 당시 엔트리에 들었던 선수들을 다소 제외했지만, 경기력은 큰 변함이 없었다. 한국이 쉽게 공략하기 힘들었지만 전가을(현대제철)의 종료 직전 프리킥 결승골로 웃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달 24일 소집 후 27일 WK리그를 뛰고 대표팀에 다시 복귀해 우한에 입성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지만 정신력을 앞세워 승리에 집념을 보였고, 두 경기 연속 웃었다.
여자대표팀의 끈끈한 정신력은 남자대표팀도 놀라게 했다. 전가을의 골이 터진 순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식사를 멈추고 환호했고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는 조리장 모자를 빌려 쓰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춤을 췄다고 한다.
주장을 맡은 김영권은 1월 호주 아시안컵을 떠올렸다. 구자철(마인츠05)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부상으로 선수대기실에 이들의 유니폼을 걸어 놓고 뛰었던 것을 상기하며 "함께 한다고 생각하며 뛰었었는데 이런 동료애가 있을 때 팀 안에서는 더 큰 힘이 나는 것 같다. 심서연을 생각하는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이 오늘의 승리를 가져온 것 같다"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윤덕여 감독은 "힘든 가운데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 한·일전의 역사적인 의미를 선수들이 잘 알고 있었다. 정신적인 무장도 일본보다 잘 되어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 더 집념을 가지고 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경기력 이전에 큰 무대 경험에서 얻은 업그레이드된 정신력이 여자대표팀을 강팀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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