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오재일(29, 두산)에게서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던 말이 있었다.
"수비는 최고인데, 타격은 아직…"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따라붙는 한 마디. "너무 순해서 문제야. 좀 독해지면 좋을텐데…"
수비만 좋은 '반쪽선수'라는 소리는 타격이 중요시되는 1루수로서 참 가슴아픈 얘기다. 독한 근성 없이 사람만 좋다는 얘기는 운동선수로서 참 부담스러운 소리다.
'덩치 크고 사람 좋은' 오재일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이를 꽉 깨물고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무척 좋다. 지난달 4일 1군으로 승격된 뒤 강렬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7월 이후 출장한 20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에 홈런이 무려 6개다. 시즌 7개의 홈런 가운데 6개를 후반기 14경기에서 몰아쳤다. 전날 잠실 넥센전에서도 7회말 로메로 대신 대타로 나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넘치는 파워를 과시했다.
요즘 두산 라인업에서 오재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안정감 있는 1루 수비는 명불허전이고. 좌타석에서 활화산처럼 터지는 타격은 타선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특히 야심차게 영입한 중심타자 로메로의 방망이가 그다지 시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재일의 '깜짝 부상'은 무더운 여름 시즌을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재일은 그간의 순둥이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제는 자기 앞에 놓인 밥상 앞에서 눈치를 보기 보다는 모든 음식을 거침없이 먹어치우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 타석에서는 부담을 벗어던지고 편하게 임하는 반면 평소 준비단계에서는 날을 품고 훈련에 매진해왔다. 그 결실이 드디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팀으로서도 오재일이 1루에 안착하면서 한결 안정감이 더해졌다. 3루수 로메로, 좌익수 김현수 등이 수시로 오가던 1루수 자리에 '붙박이'가 버티면서 수비가 더욱 안정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오른쪽으로 가는 타구는 웬만하면 1루수 오재일과 2루수 오재원 두 야탑고 선후배가 걷어내면서 투수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오재일은 "수비 잘 한다는 소리는 참 많이 들었는데, 잘 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제는 타석에서도 마음이 편해진다. 타석에서 허둥거리지 않으니 공이 훨씬 잘 보이고. 좋은 타구도 나온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이번에는 꼭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지난 2012년 87경기서 홈런 8개를 기록했다. 자신의 시즌 최다홈런이었다. 불과 33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현재 이 기록에 1개만을 남겨뒀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오재일의 방망이는 폭염을 이겨낼 만큼 뜨겁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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