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완벽한 임대 트레이드였다. 서로 선수를 임대로 맞바꾼 양 구단이 하루 차이로 행복감을 맛봤다.
수원 삼성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왼쪽 풀백 최재수를 포항 스틸러스로 6개월 임대 보내는 대신 측면 공격수 조찬호를 역시 임대로 데려왔다. 포항은 측면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강화하고, 수원 역시 부상 병동인 공격진에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는 의도였다.
최재수는 15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포항의 3-0 대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수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황선홍 감독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루 뒤인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제주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부상자가 다수인 팀 걱정에 빠져 있었다. 수원에 3명만 남겨놓고 모든 선수를 제주로 내려오게 했을 정도다.
수원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조찬호였다. 조찬호는 12일 대전 시티즌전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뛰지는 않았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경기 분위기를 느껴보라는 서정원 감독의 배려였다.
서 감독은 조찬호를 이날 제주전 선발로 내세웠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해 윤활유 역할을 기대했다. 조찬호의 등장으로 서정진의 가짜 9번(중앙 공격수) 역할과 이상호의 중앙 미드필더 배치 등으로 수원은 최대한 공격적인 전술을 짤 수 있게 됐다.
조찬호는 포항에서 2009년 데뷔해 촉망받는 공격수로 꼽혔지만 잔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올 시즌에도 동계훈련 내내 몸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등 어렵게 흘려보냈다.
결국, 조찬호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을 했다. 제주전에서는 조찬호가 얼마나 빨리 새 팀에 녹아드느냐가 관건이었다.
놀랍게도 조찬호는 2골 2도움을 폭발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수원이 0-2로 지고 있던 전반 38분 권창훈의 헤딩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나온 것을 잡아 골로 연결했다. 앞선 두 번의 기회에서 한 번의 슈팅이 왼쪽 포스트에 맞고 나오는 등 아쉬웠던 장면을 만회한 골이었다.
후반 조찬호를 향한 시선은 더 뜨거워졌다. 기자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이석명 수원 단장은 "(조)찬호가 한 골 정도는 더 넣을 것 같다"라며 예사롭지 않은 플레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찬호의 무서운 공격력은 수원의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제주의 수비 사이로 파고들며 기회를 노리던 조찬호는 10분 염기훈의 가로지르기를 받아 오른발로 또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을 넣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조찬호는 14분 이상호, 19분 권창훈의 골에 정확한 패스를 배달했다. 이상호, 권창훈 모두 조찬호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키며 어려운 제주 원정경기의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혼자 2골 2도움을 해낸 조찬호의 활약에 만족한 서정원 감독은 23분 고차원과 교체해주며 체력적인 배려를 했다. 벤치로 들어오는 조찬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원은 4-2로 승리했다. 그야말로 수원에 조찬호라는 복덩이가 찾아왔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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