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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왜 높게 던져서"…최재훈·함덕주, '티격태격'한 이유


후배 긴장 풀어주기 위해 '시비'…"즐기면서 자신있게 해볼 생각"

[김형태기자] 21일 잠실구장. 홈팀 훈련을 마친 두산 포수 최재훈과 중간계투 함덕주가 휴식을 취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덕주야 괜찮아. 힘 내." 최재훈이 후배의 기를 살려준다. 그것도 잠시 뿐.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함덕주에게 걸어간다. 그러더니 "왜 높이 던지냐고. 그 상황에서."

지난 19일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8회말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8회초 오재원의 중월 솔로홈런으로 1-0 앞선 두산은 8회말 곧바로 위기에 몰렸다. 손시헌의 안타와 지석훈의 2루타로 동점. 이어 희생번트로 1사3루.

마운드 위의 함덕주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타석의 김성욱 타석 때 3루 주자 지석훈이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스퀴즈 번트였다. 당황한 함덕주의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그만 최재훈의 키를 넘어가는 폭투가 됐다. 이 점수는 결국 결승점으로 기록됐고, 1-2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누가 높이 던지려고 했나. 나도 모르게 빠진 걸 어떻게 해요." "야, 차라리 낮게 땅으로 떨어뜨리지 내 머리 위로 날리냐." "아, 저번에 원바운드로 깔았잖아요. 이번엔 뜰 수도 있지 뭘."

서로 목청은 높았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랬다. 최재훈은 함덕주의 '실수'를 책망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풀이 죽어있을지도 모르는 함덕주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비'를 건 것이다.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의 긴장감도 해소하려는 뜻이 있었다.

최재훈은 오른 엄지발가락 미세골절상을 당한 양의지 대신 이날 3차전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다. 그는 "걱정이 돼서 새벽까지 잠을 못잤다. 자다가 깨서 공원을 거닐다 들어오기도 했다"며 이날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큰 경기에서 잘 한 기억이 오히려 더욱 부담이다. "2013년 한국시리즈 때 잘 해서인지 '이번에도 잘 할 거다'는 말이 많다. 그게 더 부담을 키운다"고 했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히는 길밖에 없다. 최재훈은 "걱정은 되지만 즐기면서 해볼 생각이다.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주위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의지형은 평소 자신감을 가지고 하라며 조언을 많이 해준다. 오늘 선발로 나서는 (유)희관 형도 '공격적으로 잘 해보자'며 힘을 실어줬다"며 "올해 정규시즌서 내가 한 게 별로 없지만 큰 경기인 만큼 이를 악물고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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