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벼랑끝에서 살았다. 두산 베어스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22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은 두산의 올해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큰 경기였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3일 휴식 후 내세울 만큼 절박한 두산이었다. 결과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니퍼트의 특급 피칭과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운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이뤘다. 두산의 승인 3가지를 꼽았다.
◆'컨트롤 아티스트' 니퍼트
114구 투구 뒤 3일 휴식 뒤 등판. 그러나 니퍼트는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NC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팀에 승리 기회를 완벽하게 제공했다. 우려됐던 스태미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는 여전히 힘이 있었고, 브레이킹볼의 낙차는 컸다. 호투의 원동력은 깔끔한 제구력이었다. 파워피처인 니퍼트는 원래 제구가 불안한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그는 정교한 컨트롤을 과시하며 상대 타선을 연신 제압했다. 이날 니퍼트는 7이닝 동안 안타 2개를 허용하는 동안 단 한 개의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볼넷이 없으니 투구리듬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경기 후반까지 투구수를 관리하며 버틴 원동력이었다. 이날 니퍼트의 투구수는 86개. 이틀 뒤 마산 5차전 경기 후반 여차하면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태형의 뚝심, 승부를 가르다
0-0 동점이던 6회말. 민병헌의 좌익선상 2루타와 김현수의 볼넷으로 기회가 생겼다. 후속 양의지는 당연히 희생번트가 예상됐다. 그러나 두산 덕아웃은 사인을 내지 않았다. 양의지를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웬만한 지도자라면 주자들을 보내기 위해, 또는 병살타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모험을 외면하기 마련.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앞선 2회말 중전안타를 때려낸 양의지의 타격감을 믿었다. 양의지는 김 감독의 의도에 완벽히 부응했다. 투수 해커의 몸쪽 꽉찬 공을 의도적으로 밀어쳐 2루수 키를 넘겼다. 행운의 안타로 상황은 무사 만루. 결국 1사 뒤 오재원의 2타점 우전적시타와 고영민의 좌전안타가 나오면서 두산은 귀중한 3점을 얻었다. 승부를 가른 점수였다.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선취점을 올린 팀이 경기를 주도하기 마련. 김 감독은 한 점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듯 승부처인 점을 감안해 강공으로 밀어붙였고,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니퍼트 3일 휴식 뒤 투입과 함께 벤치의 뚝심이 결과적으로 빛난 대목이었다.
◆양의지의 투혼, 값진 승리로
경기 전 초미의 관심사는 양의지의 출전 여부였다. 지난 2차전 당시 파울타구에 맞아 오른 발가락 미세골절상을 당한 그는 출전을 강하게 요청해 관철시켰다. 양의지가 포진한 두산 라인업은 몰라보게 짜임새가 있었다. 5번타순에서 4번 김현수와 6번 홍성흔을 이은 그는 2회 무사 1루서 중전안타를 친 뒤 6회 무사 1,2루 3번째 타석에선 우전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6회 행운의 안타가 기폭제가 돼 두산 타선은 팽팽한 0의 균형을 깨며 귀중한 3점을 얻었다. 홈플레이트 뒤에서도 양의지의 존재감은 빛났다. 니퍼트와 콤비를 이룬 그는 안정적인 포구와 게임콜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전날 16득점으로 한껏 달아오른 NC 타선을 차갑게 식히는데 보이지 않은 역할을 했다. 특히 2초 2사 1루에선 '날썐돌이' 이종욱의 2루 도루를 강력한 송구로 잡아내기도 했다. 초반 득점권 진출을 봉쇄한 이 보살은 니퍼트의 자신감을 더욱 북돋는 효과로 작용했다. 양의지가 있는 두산과 없는 두산은 무척 달랐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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