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즌 막판을 향해 가고 있는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은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 그리고 잔류 경쟁을 위해 저마다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성적과는 별개로 다음 시즌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구단들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전북 현대를 제외만 나머지 구단들은 겨우 현상 유지를 하거나 허리띠를 더욱 조여 경비 줄이기에 바빴다.
당장 A구단의 경우 다수의 고액 연봉자와 올해 계약이 만료된다. 이들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부에서는 해외로 내보내거나 구단 상황에 맞게 몸값을 낮춰주지 않으면 함께 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마 다수의 선수가 팀을 떠나야 할 상황이 올 것이고 쉽게 잡지도 못하리라고 본다"라며 속을 태웠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의 분위기는 어떨까. 전북은 2009년 우승을 기점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며 급성장해 K리그 명문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전북이 돈을 써야 K리그가 순환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전북 구단은 투자를 아끼지 않은 모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의 홍보 최전선에 서 있다. 해외 전지훈련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현대차의 홍보가 필요한 곳에서 전략적으로 하며 조직력을 다졌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전북은 0-0 무승부를 거뒀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은 우승 확정은 뒤로 미뤘지만,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티켓을 따내 7년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아시아는 물론 중계 방송을 통해 유럽, 남미 축구팬들에게도 모기업의 홍보를 이어갈 수 있다.
마침, 이날 경기장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찾아 전북-서울전을 관전했다. 이례적인 경기장 방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스폰서 자격으로 월드컵을 관람하는 등 스포츠마케팅의 일선에 나선 기억이 있다.
하지만, K리그 경기장 방문은 처음이다. 워낙 바쁘다 보니 전북 홈경기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완주군 봉동에 2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최신 클럽하우스 신축을 하는 등 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정 부회장은 스카이박스권을 구매해 조용히 경기만 보고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정 부회장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최강희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물론 이동국 등 선수 전원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전북 관계자는 "관람 후 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그라운드로 내려와 비주전 선수까지 모두 붙잡고 격려해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사실 전북은 이날 경기 전까지 외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좌절로 모기업에서의 투자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전북은 결승에 올라가지 못해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까지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실제 최강희 감독도 지난 17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취재진에게 "챔피언스리그 7회 연속 출전보다는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K리그 전체가 축소되고 올해 전북도 그런 분위기로 가려고 한다. 리그 우승을 한다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냐"라며 평소와는 사뭇 다르게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주변국들의 투자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면서 "이제 챔피언스리그 연속 출전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시즌이 끝나면 팀의 목표를 과감하게 수정하든가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이철근 단장과 함께 고민했던 내용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단이 압박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타이밍에서 정 부회장의 경기장 방문은 전북에 큰 힘이다. 구단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정 부회장이 경기 관전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선수단 격려 후 원정 응원을 온 팬들 앞에서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세리머니까지 하는 등 일심동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은 정의선 부회장의 이름을 외치며 지속적인 구단 투자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전격적인 정 부회장의 경기장 방문으로 전북은 더욱 자신 있게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할 힘을 얻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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