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 4일 잠실구장. 마운드 위의 이현호는 흔들림이 없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상대팀 KIA 타이거즈를 반드시 이겨야 두산의 3위가 확정된다.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그러나 이현호의 표정은 평온했다.
경기 시작부터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5.2이닝 4피안타 무실점. 탈삼진 5개에 무사사구 깔끔한 경기운영이었다. 이현호의 역투에 탄력을 받은 두산은 9-0으로 완승하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었다.
이현호가 또 다시 가슴 떨리는 상황에서 등판한다. 30일 잠실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그 무대다. 1차전 패배 뒤 두산이 내리 2연승하며 상승세를 탄 상황. 팀의 기세를 이어야 한다는 만만찮은 중책을 짊어지었다.
그러나 이현호는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삼성 타자들에게 맞은 기억이 별로 없다. (맞아본) NC 테임즈는 무서운데 나바로는 그렇지 않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3차전에서 불펜에 대기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셋업맨으로 선발 장원준에 이어 등판할 수도 있었다. 장원준이 7.2이닝 1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친 덕분에 몸만 풀고 말았다. 이날 4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얻은 셈.
큰 경기를 앞둔 이현호는 "한국시리즈라고 해서 특별히 긴장되거나 떨리진 않는다"며 "한국시리즈 등판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우리팀이 또 올라간다 하더라도 내가 명단에 포함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데뷔무대는 이미 치렀다. 지난 27일 대구 2차전 당시 8회 구원등판해 1.2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점수를 주긴 했지만 주눅들지 않는 배짱있는 투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권명철 불펜코치가 "정말 심장이 강하다. 어린 나이에 정신력이 참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이현호는 "큰 경기라고 해서 떨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부진했던)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때도 긴장은 안 했다. 너무 잘 하려던 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타선이 강하지만 집중타를 맞은 기억이 별로 없다. 어떤 타자와 상대하든 자신있게 나 자신의 공을 던질 것"이라고 힘주어 다짐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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