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류제국(32)이 LG 트윈스의 '캡틴' 자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누군가는 해야 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팀 변화를 이끌겠다는 뚜렷한 주관이 있어서다.
현재 LG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올 시즌을 9위로 마감하는 과정에서 이미 팀은 바뀌기 시작했다. 후반기부터는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주장'이던 이진영을 2차 드래프트로 떠나보냈다. 이진영은 kt 위즈의 유니폼을 입는다.
팀 운영 방침에 있어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이진영과 함께 나성용이 2차 드래프트에 의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최승준은 FA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다. 나성용과 최승준은 LG의 우타거포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기대주였다. 그러나 LG는 이 둘을 과감하게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어줬다.
사령탑도 내년 LG의 야구 스타일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마무리 캠프를 통해 주루 플레이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장타에 기대를 걸기보다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점수를 뽑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류제국도 변화에 동참하겠다는 각오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훈련 시기를 예년에 비해 한 달 가량 앞당겼다. 류제국은 16일 애리조나로 출국해 개인 훈련에 돌입한다. 1월 중순까지 홀로 훈련에 열중한 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팀에 합류한다.
훈련 시기도 앞당겼고, 훈련 장소도 바꿨다. 지난 2년 간 사이판으로 떠났던 것을 이번엔 애리조나로 변경했다. 류제국은 "올해 성적이 안 좋았으니까 개인적으로 변화를 줘보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고 싶어서 훈련을 빨리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장 입후보 역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LG는 선수단은 물론 구단 직원들 전원이 투표에 참여해 주장을 선출한다. 류제국은 박용택, 봉중근, 이병규(7번), 손주인과 함께 주장 후보로 나섰다.
류제국에게 불리한 점이 있다면 투수라는 포지션. 보통 주장은 투수보다 야수가 맡는 경우가 많다. 2년 전 봉중근도 이진영과 양대 후보로 나섰다가 투수라는 점이 작용해 이진영에게 주장을 내준 적이 있다. LG에서는 최근 피칭아카데미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상훈 코치가 마지막 투수 주장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류제국은 "왜 꼭 야수가 주장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매 경기에 나가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경기에 나가지 않고 덕아웃에 있는 사람한테 더 많은 것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뛰는 사람은 자기 야구하기 바쁜데, 팀 관리까지 하려면 더 힘들 것"이라고 투수 주장의 장점을 꼽았다.
이어 류제국은 "주장이 경기에 나가면 덕아웃에서 팀을 지휘할 선수가 필요하다"며 "야수들은 할 것이 많다. 주루도 해야 하고 수비, 타격도 전부 신경써야 한다. 그런데 투수는 던지는 데만 집중하면 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변화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류제국은 "지금까지는 야수가 계속 주장을 맡았다. 그런데 투수들이 원하는 팀의 모습도 있을 것"이라며 "투수가 원하는 팀을 야수 쪽에서 들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조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팀이 젊어지면서 그만큼 변화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신년하례식 때 진행되는 주장 선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류제국이 주장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주장 선거(?)에 나서는 류제국의 자세에서는 벌써부터 LG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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