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코리안 빅리거'의 시대가 다시 왔다. KBO리그 출신 스타들이 앞다퉈 태평양을 건너면서 야구팬들의 시선이 메이저리그에 쏠리고 있다. 당장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선수만 6명이다.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그리고 '룰5'로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도 있다. 여기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한신 타이거스를 각각 떠난 이대호, 오승환까지 합류한다면 모두 8명의 빅리거가 탄생할 수 있다.
조이뉴스24는 새해를 맞아 빅리그 그라운드를 힘차게 누빌 한국선수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해 본다. '첫 타자'는 '타격기계'로 불리는 김현수다.
◆남다른 타격 절제력. ML서 꽃피울까
'기계'와 '철인'. 김현수를 상징하는 두 별명이다. 전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타격으로 기계처럼 안타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고, 후자는 특별한 부상 없이 매시즌 거의 전경기를 소화하는 강철체력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김현수가 입단한 볼티모어와 미국언론의 주 관심사는 다른 데 있다. 익히 알려졌듯 김현수의 탁월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출루능력이다. 이른바 타석에서의 '절제력(discipline)'으로, 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좋은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다. 김현수는 KBO리그 10시즌 통산 볼넷 대비 타수 비율이 15%에 달한다. 볼넷과 삼진의 비율은 597-501이다. 통산 출루율 4할6리에 장타율 0.488을 기록했다. 투수들이 까다로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밀어치고 당겨치는 타격 기술을 겸비했다. 댄 듀켓 볼티모어 부사장은 "타구를 필드의 전방향으로 보낸다. 여기에 낮은 공을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능력도 보유했다"고 김현수에게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복이 없고 크게 다치지도 않는다. 정교함과 인내심, 장타력을 모두 갖췄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실패 가능성이 낮은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김현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외야·DH 종횡무진 활약 예고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뛴 외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외야수, 특히 좌익수 같은 코너 외야수는 타격능력이 중요시 되지만 수비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현수는 '친정팀' 두산 베어스 시절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외야수비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펜스플레이로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수준에선 최상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몫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외야수로 여겨진다.
볼티모어의 사정에 따라서는 지명타자로도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김현수로선 장점인 타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김현수의 가장 큰 강점은 '남다른 정신력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다. 지난 2006년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프로에 합류했다. 개인적으로 씻기 어려운 상처였지만 그는 시련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았다. 자신을 끊임없이 채근질한 결과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올라섰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꿈꿔온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면서 야구인생의 또 다른 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볼티모어 우승 도전 일조
김현수의 합류로 볼티모어는 타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게 됐다는 평가다. 타선에 힘있는 장타자가 넘쳐나지만 출루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드물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선두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이나 확실한 보직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러봐야 안다.
지난 2014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에서 지난해 지구 3위로 추락한 볼티모어는 올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일단 선수단 구성은 탄탄한 편이다. 케빈 거스먼, 크리스 틸먼, 우발도 히메네스가 주축인 선발투수진은 이닝 소화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만 출신 천웨이인이 FA로 풀린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타선에서는 역시 FA인 거포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를 붙잡는 게 급선무다. 데이비스가 빠진다면 중심타선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돼 전력의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데이비스가 남을 경우 김현수의 가세로 타선 강화 효과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도 노려봄직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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