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좋아해 좋아한다고. 내가 너 땜에 무슨 짓까지 했는지 아냐. 누가 남편인지 보려고 매일같이 추리하고 걱정돼서 한숨도 못 잤어. 하루에도 열 두 번도 더 보고 싶고, 눈빛만 봐도 그냥 좋았어. 내가 왜 이렇게 됐지.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마지막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설레고 뜨거웠던 쌍문동의 로맨스를 떠나 보낼 시간이 다가왔다. '츤데레남'의 정석 정환(류준열 분)과 '순수남' 최택(박보검 분), 이토록 어려운 삼각관계 속 '남편찾기'의 화살은 어디로 향할까.
제작진이 던진 수많은 '떡밥' 덕에 마지막까지 네티즌들의 설전은 이어지고 있다. 어남류 지지자들도 어남택 지지자들도 '내 신경은 온통 너였다'라며 밤잠 못 이루며 추측에 열올리고 있다. '희망고문'을 당할 날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양보할 수 없는 내 남자의 사랑, 팽팽한 이 남자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짚어봤다.
◆츤데레남의 정석 류준열, 이래서 '어남류'
어차피 시작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였다. 정환은 '응답' 시리즈의 남편들과 평행이론을 이룰 만큼 닮은 구석이 많기도 했고, 드라마 초반 감정선은 확실히 최택보다 우위에 있었다.
김정환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매력을 안고 있는 훈훈한 캐릭터. 매사에 불만 많고 까칠하며 딴지를 거는 스타일이지만, 결국엔 못 이기는 척 해주는 '츤데레'의 매력을 갖췄다. 여기에 서툰 첫사랑 감정이 드러날수록 더욱 매력이 덧대어졌다.
덕선과 좁은 골목길에 숨어들어 덕선과 의도치 않은 스킨십을 했던 수학여행,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정환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심장이 멎었다. 꽉 찬 등교버스 안에서 덕선의 등 뒤에서 그녀를 완벽 방어하는 장면에선 매력 포텐이 터졌다. 힘줄이 불거진 팔과 상기된 어깨 근육은 '상남자 고교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심을 잡기에 충분했다. 덕선을 마중 나가 무심하게 우산을 건네주는 장면은 설렜고, 덕선과 잠결에 나눈 눈빛은 그 어느 키스장면보다 애틋하고 짠했다.
어릴 적부터 아픈 형 덕분에 양보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정환이었다. 친구 택이 덕선을 좋아하는 사랑을 알고 나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덕선의 감정을 내쳐야했다. '어남류'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함을 안겼지만, 그것 또한 정환의 우직했던 사랑방식이었다.
18회, 드디어 정환의 고백이 있었다. '평생 고백 한 번 못할 것 같던 그녀석' 정환이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진정을 내비친 장면이었다. 장난으로 치부됐지만, 덕선의 눈빛은 정환의 진심을 아는 듯도 했다. '분홍셔츠'부터 '콘서트'까지, 두 사람만이 공유한 추억이 그저 추억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정환을 연기하고 있는 류준열의 매력도 '어남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류준열은 그 시절 첫사랑의 풋풋함과 애틋함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무한' 응원을 받고 있는 중. 너무 잘생기지 않아 되레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류준열이다. 묘하게 김주혁과 그 분위기도 닮았다.
◆순수남과 상남자 사이 박보검, 이래서 '어남택'
'어남택'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응답' 시리즈들의 남편들은 지금껏 '츤데레'였지만, '응팔'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츤데레'를 이길 강력한 '심장어택남'이 있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최택이다.
'응팔'의 최택은 지켜주고 싶은 남자다. 친구들에게는 '등신'으로 불리는 어리숙한 소년, 어색한 욕이 귀여운 순진무구한 소년, 그러나 천재 바둑기사의 날카로운 카리스마와 어른스러움이 깃든 반전 매력의 택으로 여심을 어택했다.
사랑의 승부사 택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짝사랑하는 덕선(혜리 분)을 포옹하고, 첫눈 오는 날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며, 또 덕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위로를 받는 택은 보고 또 봐도 미소 짓게 만든다. 친구들이 놀릴 걸 뻔히 알지만 덕선을 좋아한다고 선전포고하는 용감함이 있고, 화장실에 간 덕선의 뒤를 따라가 바바리맨 때문에 우는 덕선을 달래주는 자상함이 있다. "덕선이 없으면 죽을 것 같다"는 택이의 말에, 덕선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 그 간절함을 가늠할 수 있다.
택은 그 간절함으로, 정환이 놓친 사랑의 타이밍도 스스로 만들었다. 덕선이 소개팅남에 바람 맞은 그 콘서트에 정환보다 한 발짝 먼저 도착했다. 승부사 택이 생애 처음 바둑 기권패를 선언할 만큼 덕선에 대한 마음은 컸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택을 보고 덕선은 미소를 지었다.
중반부 이후 자취를 감춘 덕선의 감정도 얼핏얼핏 택이에게 향하는 모습도 보인다. 엉덩이를 두드려줄 만큼 동생처럼 여기던 택이었지만 소개팅을 한다는 택이를 신경 쓰고, 택이 오지 않는 문 밖을 흘끗거린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는 동룡의 조언에 그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어남택 지지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사람이 나눈 '꿈결 키스'가, 사실은 꿈이 아니었음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택을 연기하는 박보검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력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소화했고, 마성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심장을 저격하는 '꽃미남' 비주얼도 박보검에 사로잡힌 또 하나의 이유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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