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분명 '지상파를 위협하던 케이블'이었는데, 이제는 '지상파를 넘어선 케이블'로 바뀌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독점하던 '드라마왕국'이라는 수식어는 2016년, tvN으로 옮겨오고 있다.
엄격하게 시청률 잣대로만 따지자면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가 우위에 있다.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와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은 30%를 넘는 드라마들이며, 시청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이 드라마의 인기 바로미터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실제로 온라인 블로그, 커뮤니티, SNS, 뉴스 댓글, 동영상조회수 등 온라인 화제성을 분석하는 '화제성 드라마' 혹은 콘텐츠파워지수 등 새로운 지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tvN 드라마들의 순위 선점이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결방된 1월 첫주를 제외하곤 6주 연속 콘텐츠파워지수 1위를 기록했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TV화제성 드라마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다.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그 뒤를 이었다.
tvN을 이끌고 있는 두 드라마, '응팔'과 '치인트'는 화제성 뿐만 아니라 시청률도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다. '응팔' 18회는 평균시청률 17.8%, 최고시청률 20%를 기록했다. 이제껏 방영된 케이블 드라마를 모두 통틀어 최고시청률이다. '남편찾기'와 결말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기록 경신 가능성은 높다. 이 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빨리 '응팔'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
'치인트'는 그간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던 tvN 월화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4회 평균 시청률은 5.7%로,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방영된 tvN 월화극 중 최고 성적으로, 탄력 받은 시청률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궁금하다.
tvN은 '응팔'과 '치인트'로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다양한 시험의 결과가 꽃피웠다. 개국 당시만 해도 B급 감성과 선정성에 의존하던 드라마들이 부지기수였지만 그치지 않은 투자와 실험으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고 수작들을 탄생시켰다.
'응팔'은 tvN에 또다른 이정표가 될 드라마다. tvN은 2030 세대들을 타깃층으로 한 시청자층을 공략해왔지만, '응팔'은 가족극으로 확장되며 전 세대를 두루 잡았다. 청춘들의 러브라인으로 10대들을 포섭하고 가족과 이웃의 정으로 40,50대까지 잡았다.
'치인트'는 수많은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의 웹툰을 기반으로,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사전제작을 바탕으로 한 높은 완성도와 맞춤형 캐스팅은 시청자들을 선점하기에 충분했다.
'응팔'과 '치인트'의 안방극장 역습은, 지상파의 초라한 오늘을 반추하게 만든다.
새롭게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무림학교'는 1회 5.1%와 2회 4.0%로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와 매끄럽지 않은 연출, 배우들의 연기논란 후폭풍까지 쉽지 않은 시작을 알렸다. 이번주 종영하는 MBC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는 지난 14회 4.6%의 시청률을 보였다. 1회 기록한 9.1%에 비해 반토막이 난 수치다. 코믹가족극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겠다고 공언했지만, 설득력 없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샀다. 굳이 비교하자면, '응팔'과 가족극이라는 토대는 같지만 그 위에 펼쳐놓는 에피소드는 작위적이고 전개는 지루하다.
뿐만 아니라 제목만 바뀐 듯 비슷비슷한 전개의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고, 쪽대본으로 얼룩져 완성도가 떨어진 드라마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드라마의 성공에 목매여 자기 복제한 듯한 작품도, 개연성 따위 아예 무시한 짜증 유발 드라마들도 많다.
드라마도 더이상 '지상파'라는 무대가 무기가 되지 않는 시대, tvN의 선전은 드라마의 질적 향상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상파에는 불행하게도(?) tvN의 역습은 '응팔'과 '치인트'가 전부는 아닐 듯하다. 김혜수와 이제훈, 조진웅 주연의 '시그널'과 고현정의 복귀작이자 노희경 작가의 신작 '디어마이프렌즈',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콤비의 '기억(가제)'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시청률과 트렌드를 모두 잡겠다는 tvN의 야심이 돋보이는 영리한 라인업이다.
'응팔'과 '치인트'로 시작된 2016년 안방극장의 지각변동. '드라마 왕국'의 수식어를 뺏기지 않으려는 지상파의 반격은 가능한 걸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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