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더 지켜봐야 한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유희관 애기가 나올 때마다 판단을 유보했다. 지난해 18승 투수가 시즌 첫 2경기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 체중을 10㎏이나 감량할 정도로 독하게 올 시즌을 준비했다. 킨 180㎝인 유희관은 시범경기 당시 체중 92㎏까지 살을 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첫 2경기에서 합계 8.2이닝만 소화하며 무려 19피안타 6실점했다.
김 감독의 진단은 '과욕'. "안 맞겠다고 너무 힘줘서 던지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여유를 찾으면 자기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시즌 3번째 등판인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유희관은 드디어 '자기 모습'을 되찾았다. 컨트롤은 예리했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타자의 방망이를 농락하듯 살짝 비켜서 떨어졌다. 최고구속 132㎞에 불과했어도 피해가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이 다시 살아났다.
이날 유희관은 6.2이닝 동안 공 100개를 던지며 3피안타 1실점(비자책)했다. 탈삼진 4개에 볼넷 2개. 두산이 7-2로 이기면서 그는 시즌 첫 승을 품에 안았다.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이었다. 1회초 배영섭, 박해민, 구자욱을 내리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고 자신감을 얻었다. 2회 2사 뒤 백상원을 2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이영욱을 삼진 처리하고 수비를 마쳤다.
3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그는 4회 선두 박해민에게 이날 첫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구자욱, 최형우, 발디리스의 중심타선을 삼진 2개 포함해 내리 아웃으로 연결하고 이닝을 끝냈다. 5회와 6회를 안타 1개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그는 7회에 이날 경기의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다. 선두 구자욱을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최형우와 발디리스를 내리 외야뜬공으로 잘 처리했다.
후속 조동찬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대타 김재현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3루주자 구자욱의 득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이지영마저 볼넷으로 내보내자 두산 덕아웃은 교체를 결정했고, 정재훈과 임무를 교대했다. 2사 만루에서 정재훈이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유희관의 실점은 1에서 멈췄다.
셋업맨 정재훈과 마무리 이현승이 경기 후반을 착실히 막아주면서 유희관은 승리투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기 뒤 유희관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승이 이렇게 힘들더라. 지난 경기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 다행이고 야수들이 초반부터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간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팀에 누가 된 것 같아 팀에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7회를 깔끔하게 막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앞선 2경기 부진에서 부담이 있었을텐데 희관이가 잘 떨치고 이겨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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