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완봉 역투를 펼친 LG 트윈스의 우규민이 올 시즌은 지난해와 다른 테마를 들고 나왔다. 극도로 낮은 피장타율이다.
우규민은 지난 26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9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완봉승을 따냈다. LG는 우규민의 위력투를 앞세워 2-0으로 승리, 10승9패를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우규민은 볼넷 관련 KBO리그 최초의 기록을 수립했다. 선발 투수 '100이닝 이상 20볼넷 이하'의 기록이다. 우규민은 15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은 단 17개만을 내줬다.
9이닝 당 볼넷(1.00), 탈삼진/볼넷 비율(7.02), 이닝당 최소 투구수(14.8)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경기 당 최소 투구수(90.2)는 2위. 공식 집계되는 기록은 아니지만, 우규민의 지난해 활약상을 자세히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적은 볼넷이 적은 투구수로, 그리고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로 이어졌던 지난해 우규민이다. 올 시즌 역시 우규민은 "피홈런보다 적은 볼넷"을 목표로 내세우며 볼넷 혐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피홈런(13개)보다 볼넷(17개)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볼넷 숫자를 더욱 줄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볼넷에 대한 집착은 역효과를 불렀다. 우규민은 "작년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과감하게 변화구를 던졌는데 올해는 나도 모르게 직구 그립을 잡고 있더라"며 "볼넷을 너무 신경쓰다보니 내 투구가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볼넷은 적은 편이지만, 분명 지난해보다는 볼넷이 늘어났다. 우규민은 올 시즌 30.2이닝을 소화하며 5개의 볼넷을 내줬다. 피홈런은 0개. 이제 "피홈런보다 적은 볼넷" 목표는 내려놓았다. 홈런을 맞지 않으면 아무리 볼넷을 적게 내줘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피홈런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볼넷을 내주지 않는 과감한 승부를 펼치다보면 장타 허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규민은 올 시즌 장타를 거의 맞지 않았다. 25개의 피안타 중 장타는 2루타 4개가 전부. 홈런은 물론 3루타도 없다.
피장타율을 살펴보면 우규민은 0.266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보우덴(0.237)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피장타율에서 피안타율을 뺀 순수장타허용율은 0.037로 독보적인 1위. 안타를 맞더라도 장타를 허용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안타율 자체도 높지 않다. 우규민의 피안타율은 2할2푼9리. 하지만 타자 입장에서 우규민이 까다로운 진짜 이유는 쳐봐야 단타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규민을 상대로 점수를 뽑기 위해서는 연속 안타를 터뜨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슬슬 우규민을 향해 '국내 최고의 제구력'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했다. 그런 우규민의 제구력이 지난해까지는 '볼넷을 적게 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올 시즌에는 '장타를 맞지 않는 쪽'까지 확대된 분위기다.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진화한 우규민이 투구 스타일에서도 더욱 진화하기 시작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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