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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대표팀 유럽 원정 평가전의 당위성을 확인하다


스페인에 1-6 대패, 강한 팀과 싸우며 면역력 길러야 한다는 여론 형성

[이성필기자] '무적함대' 스페인은 열띤 한국 앞에서 냉정했습니다.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해냈습니다.

2일 새벽(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는 한국-스페인의 평가전이 열렸습니다. 약 1천700여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어떤 경기 양상이 펼쳐질 것인가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결과는 다 아시다시피 스코어 1-6, 생각하기도 싫은 한국의 참패였습니다. 패스, 압박, 볼 점유율, 경기 운영, 결정력 모두 스페인이 압도했습니다. 2012년 5월 스페인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러 1-4로 질 당시 4골을 내줬던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또 다시 스페인에 대량 실점한 후 혼돈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더군요.

김진현이 안쓰러웠는지(?) 장내 아나운서는 몸을 풀고 있던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이름을 몇 번이나 언급하더군요. 선수 교체 때 이름이 헛갈렸는지 계속 정성룡을 호명한 겁니다. 이런 실수까지 겹치니 한국 응원단 사이에서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보다 높았던 팀과의 경기는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이란과 이번 스페인전이 전부입니다. 코스타리카, 우루과이와는 국내 평가전이었고 이란은 원정이었습니다. 이번 스페인전은 중립 지역인 오스트리아에서 열렸지만 유럽이니 한국 입장에서는 원정이라고 봐야겠지요.

한국이 골을 내주면 스페인을 응원하는 팬들의 박수가 터졌습니다. 그러나 점수가 점점 벌어지니 한국을 응원하는 현지 팬들이 더 많아지더군요. 후반 38분 주세종(FC서울)의 중거리 슈팅이 스페인 골망을 흔들자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팀에 대한 일종의 격려였던 셈이지요.

한국팬들의 응원은 열성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직접 응원을 온 축구팬부터 유럽 여행 중 대표팀이 축구를 한다고 하니 격려를 위해 인접국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찾아온 팬까지 다양했습니다. 한국이 계속 끌려가도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더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려 애를 쓰더군요. 핀란드 헬싱키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온 안영만(38) 씨는 "타지에서 대표팀 경기를 보니 결과가 아쉽기는 해도 그 자체가 좋다. 어차피 축구의 중심은 유럽이 아닌가. 더 자주 봤으면 한다"라는 소망을 남기더군요.

스페인 취재진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를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과 선수들에게 질문하면서도 한국의 경기력에 대한 인상도 남겼습니다. 스페인 공영방송 TVE의 기자는 "장거리 원정을 왔으니 체력적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라면서도 "아시아 대륙 외의 팀과 자주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경험 부족도 보이더라. 유럽, 남미 등 다양한 팀과 더 많이 경기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라고 분석과 조언을 하더군요.

기자도 동감했습니다. 대표팀의 최종 목적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 다른 대륙의 팀과 만나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치고 성적을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원정 평가전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필요해 보이고요.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많지만, 대표팀의 구성원으로 유럽에서 강팀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분명 성격이 다릅니다.

원정 평가전을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국내에서의 평가전을 통해 더 많은 수익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숙제입니다. 대표팀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상업적인 가치 창출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원정경기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강팀 상대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스페인전을 통해 잘 드러났습니다. 확실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지요. 유럽에서라면 다양한 팀을 만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시즌 중 대표소집도 큰 문제가 없고요. 이번에 스페인과 체코(5일)를 만나는 것처럼 2연전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전 결과를 두고 "상대가 참 잘하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 역시 자주 나와서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크게 상처를 입었어도 도전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날 국가대표 데뷔골을 넣은 주세종의 표현처럼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전을 계기로 한국대표팀이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축구협회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조이뉴스24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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